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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대형현수막이 내걸린 이유^^

홍승표 2023. 2. 13. 15:34

경축! 수지 레스피아 준공, ㅇㅇ아파트 입주민 일동

 

20093, 용인 하수처리장시설인 수지 레스피아준공식 날, 인근 아파트 벽에 대형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하수처리장 건설을 반대했던 주민들이 내건 걸개현수막이었지요. 레스피아(Respia)는 휴식(rest)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친환경 하수처리장이라는 뜻의 용인시 브랜드입니다. ‘그렇게 반대하더니 감사하다는 현수막을 내걸다니그 당시 경기도 수질본부장이었던 저는 준공행사 사전점검을 하다가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하수처리장 인근 주민들은 용인시청과 경기도청 앞에서 수없이 반대집회를 했지요. 결국 추가예산을 들여 하수처리시설을 지하에 설치하고 지상에는 체육시설을 만드는 것으로 민원을 해결했습니다. 그게 축하현수막으로 바뀐 이유입니다.

용인 수지 레스피아

도심 한복판에 조성한 수지 레스피아는 하루 15t의 하수를 처리하지요. 모든 시설을 지하에 설치했기 때문에 시커먼 폐수를 처리하는 것을 볼 수 없고 악취도 전혀 없습니다. 악취를 자외선으로 제거한 후 100m 상공에서 분해하는 시설은 전망 타워로 만들어 지역의 랜드마크(land mark)가 됐지요. 지상에는 죽전2동 주민 센터와 축구장, 테니스장, 농구장, 어린이 놀이터, 산책로 등을 조성했습니다. 환경이 달라지고 아파트값이 오르니 당연히 주민도 좋아했지요. 이제는 주민들이 즐겨 찾는 문화·체육시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행정은 당연히 법에 따라야하고 법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지요. 그러나 법만 앞세우고 몸을 사리고 일을 하면 철 밥통소리를 듣습니다. 법규를 넓게 해석하고 관행을 뛰어 넘어야지요. 행정을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구리타워

구리시엔 구리타워가 있지요. 구리타워가 있는 구리 자원회수시설은 하루 200t의 생활폐기물을 소각·처리할 수 있는 친환경 시설입니다. 혐오시설로만 여겼던 소각장의 굴뚝을 이용해 지상 100m 높이에 전망대와 레스토랑을 만들었지요. 단지 내에는 실내수영장, 축구장, 게이트볼장 등을 만들어 구리시민이 여가 활용 공간으로 이용하게 했습니다. 구리자원회수시설은 집단 이기주의를 극복한 우수 사례로 국내외에 알려졌지요. 이천시에는 광주, 하남, 여주, 양평 등 5개 시·군의 하루 300t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부 권 광역 쓰레기소각장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수영장·축구장·테니스장·배드민턴장·카페테리아 등의 시설이 있는데, 5개 시군이 함께한 협업의 결과물이지요.

경기 동부권 쓰레기 소각장

행정에는 종합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행정 기술이 필요합니다. 작은 광고물이나 건축물,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여건을 반영해야지요. 산지개발에 따른 경사도를 지역 여건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것처럼 법과 규정을 준수하되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현장을 찾아 민원인의 마음을 읽고 본질을 올바르게 파악해 일을 처리하는 일이 중요하지요. 특히,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혐오 시설은 현장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합니다. 설계나 도안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디자이너라 하는데, 이제 행정도 전문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디자인해야지요. 그 디자인 속에는 반드시 주민 의견이 담아야 합니다. 행정은 주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잘 디자인된 일은 공익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많은 사람에게 불편을 주고 손해를 끼치게 되지요. 행정의 공익성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행정의 본질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생각으로 규범을 뛰어넘는 지혜가 필요하지요. 더욱이 지금 시대에서는 일반적인 생각을 넘어서는 감성행정을 펼칠 때입니다. 단순히 법규나 규정을 적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입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행정 디자인이 중요하지요. 주민이 공감하는 감성행정으로 변하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잘 디자인된 행정이 주민을 행복하게 하고 수준 높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행정디자인이 필요한 이유와 명분이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