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그냥 열어놓으세요.”
경기도청에서 인사 담당 국장으로 과장·팀장 등과 함께 인사안(案)을 작성할 때였습니다. 출입문을 열어놓고 일했는데 직원이 자꾸 문을 닫았지요. 인사업무의 중요성을 고려해서였을 것입니다. 저는 도청 직원이면 당연히 인사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돌아갈 테니 굳이 닫을 것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사무실 문을 닫지 않고 지냈지요. 직원이나 민원인이 찾아왔을 때 문이 닫혀 있으면 안에서 뭐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용인부시장 때는 접견실을 도의원상담실로 개방했습니다.
문을 열어 두면 좋은 점이 많이 있지요. 밖에서 볼 수 있으니 혹시 화가 나 소리 지를 일이 있어도 참고 목소리를 낮추게 됩니다. 민원인이나 후배 공무원이 들어오기 편해 차 한 잔 나누기도 쉽지요. 실무자로 일하던 시절에는 인사국장실 문이 언제나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열려 있다고 해도 어려워서 감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지요. 그런 기억 때문에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일한 것입니다. 후배들에게도 승진해서 국장이나 부단체장이 되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으라고 당부했습니다.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로 일하면서 노조와 함께 ‘찾아가는 노사 인사 상담 시간’을 가졌지요. 노조 측과 각 부서, 외청, 사업소 등에 찾아가 함께 현안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노사 청렴협약’ 체결이나 ‘봉급 끝전 나누기’ 등의 성과가 있었지요. 매주 후배 공무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한 편씩 써서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암 검진까지 받을 수 있는 건강검진 확대, 건강검진 공간 설치, 동아리 활동 지원도 적지 않은 결실이었지요. 이 같은 노력으로 경기도청은 ‘노사문화 최우수기관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지요. 노조 게시판에 동료 공무원을 헐뜯거나 비방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습니다. 전에는 동료가 야근하면 팀원이 기꺼이 일을 돕고, 일을 마무리하면 함께 소주도 나누었는데 그런 문화가 사라진 것이지요. 특히, 사익과 관련된 일에는 지나치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내식당 단가를 500원 인상하는 것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 달에 두 번씩 외식하자는 제안에 것 등이 그것이었지요. 저는 고민 끝에 ‘욕먹을 각오로 이 글을 띄웁니다.’라는 제목으로 노조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정신 상태가 틀렸다, 공직자 자격이 없다, 제발 정신 차려라!’ 등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썼는데, 기대이상으로 대부분 공감했지요. 그해 가을, 저는 도청 공무원노조가 선정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존경받는 간부 공무원’으로 선정됐습니다. 그것도 4회 연속 선정된 것인데, 전무후무한 일이었지요. 저는 인터뷰할 때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으로 살지 말자.’고 강조했는데,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저 역시 이웃을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면서 여유롭게 일하자고 다짐했지만 의지대로 살았다고는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이지요.
현직에 있을 때, 그 보잘것없는 권력을 남용해 갑 질을 일삼으면 퇴직 후 비참해질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 세계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정 계급 이상 올라가면 그만큼 경험이 쌓여 일을 잘하게 되지요. 하지만 그것과 소통을 통해 조직을 잘 관리하고 협업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고위직에 오를수록 욕심을 부려 인사권자에게만 충성하는 사람이 있지요. 그런 사람은 완장 벗으면 사람대접 못 받기 십상입니다. 후배 공직자를 만나면 고위직이 됐다고 안주하지 말라고 하지요.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때로는 잘못을 꾸짖을 수도 있는 맏형 노릇을 하는 공직자가 참 공직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