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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지 못하는 완장의 굴레^^

홍승표 2023. 5. 15. 11:31

공직자로서 부주의하게 처신해 논란을 일으키고,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공직자로서 수신(修身)에 더욱 힘쓰고, 시민만을 바라보며...”

일명 황제수영으로 논란이 된 김경일 파주시장과 시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무원 행동강령과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발표하자 공식 사과하고 나섰습니다. 김 시장과 목진현 시의원은 최근, 민간 위탁업체가 운영하는 파주시 소유의 한 수영장에서 점검시간에 특별 수영 강습을 받아 논란이 일었지요.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했으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식발표가 있자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인 것입니다. 완장행세에 거짓말까지 했으니 처신이 어렵게 됐지요. 그런데 선출직 시장은 처벌할 수 없고 시의원만 시의회에서 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민들만 속 터지게 생긴 거지요.

공무원의 꽃은 사무관입니다. 행시출신이 즐비한 중앙부처에선 사무관이 즐비해 별 볼일 없지만 일선 시군에선 내로라하는 완장이지요. 사무관 보직인 시군 과장이 그렇고 읍면동장이 또한 그러합니다. 특히 시골에서 읍면장의 권한은 막강하지요. 어느 자리엘 가든 상석이고 어른 대접을 받으니 자신도 모르게 안하무인 행세를 하게 됩니다. 물론 6급 이하 주무관 중에서도 갑 질을 일삼는 직원이 있기는 하지요. 사람마다 인성이 다르고 일을 대하는 관점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일관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래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나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요.

 

몇 해 전, 안성에서 모 면장이 관용차량을 자가용처럼 이용하고 운전직 9급 직원을 개인비서처럼 일을 시키고 욕설까지 했습니다. 때론 개인차량을 사용하게 했는데 관용차를 사용하면 감사에서 걸리기 때문이었다.’는 것이지요.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 직원은 사표를 던지고 면장이 개인 기사처럼 일을 시켰다며 안성경찰서에 직권남용으로 고발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양평군에선 이장들이 연명으로 안하무인 면장을 바꿔달라고 탄원서를 낸 일도 생겼지요. 준 공무원으로 불리는 이장들이 초유의 집단행동을 하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게 지배적인 지역여론이었습니다.

여기는 개인사유지이므로 차량통행을 할 수 없습니다.’

 

최근 양평군에선 길을 막은 전직 군청국장이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49크기의 땅은 오랫동안 도로로 사용돼 왔고 군청에서 아스콘 포장까지 했지요. 자기 땅이니 불법은 아니지만 피해자는 주민입니다. 명색이 주민봉사행정을 내세우며 일했던 전직 고위공무원의 처신이 볼썽사납게 된 것이지요. 더구나 퇴직 후에도 공기업 대표로 일한 혜택을 누린 사람의 처신으론 부적절해보입니다. 수십 년을 나라의 녹봉을 받고 살아왔으면 공복(公僕)의 정신을 잃지 말아야지요. 전직공무원이 후배가 청탁을 안 들어주면 온갖 험담과 모함을 하는 일도 있는데 이렇게 완장을 벗지 못하고 갑 질 하는 건, 꼴불견입니다.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으로 살지 마세요! 공무원 완장차고 갑 질하면 퇴직 후, 사람대접 못 받을 수도 있지요. 그게 세상이치입니다.”

저는 현직일 때나 퇴임 후에도 후배공무원들을 만나거나 특강을 할 때, ‘공무원으로 살지 말고 사람으로 살라!’는 말을 해줍니다. 공무원들은 국민이 위임해준 권한으로 공무를 수행하는 국민의 머슴이지요. 그런데 간혹 공무원 완장을 차고 갑 질을 하는 일이 생겨납니다. 이런 공무원이 퇴직하면 사람대접 못 받게 되지요. 실제로 갑 질을 일삼던 공무원이 퇴직 후, 따돌림을 받는 걸 보았습니다. 퇴직 후에도 완장 행세하는 건 더더욱 그렇지요. ‘아직도 현직인 줄 아나? 재수 없다.’는 비난이 뒤따르는 게 당연합니다. , 현직 공무원들이 완장의 굴레를 벗고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아야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