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3시, 東화성세무서 민원실에서 일하던 민원팀장이 민원인의 격한 항의를 받다가 현장에서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넘도록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지요. 공무원은 성실, 복종, 친절공정, 비밀엄수, 청렴, 품위유지 등 6가지 지켜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직장 이탈 금지, 영리 업무 및 겸직, 정치운동, 집단행위는 절대하지 말아야 할 4대 금지사항이지요. 동 화성세무서 민원실장은 6대 의무를 성실히 지키고4대 금지사항을 준수했습니다. 그런데 격한 민원인을 대응하다 쓰러진 것이지요.
공무원들이 악성민원으로 인해 겪는 고통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민원인의 위법행위인 특이민원은 2018년 3만4천484건, 2019년 3만8천54건, 2020년 4만6천79건, 2021년 5만1천883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도 도내 시·군 민원실 등에서 특이민원이 2020년 5천489건, 2021년 9천47건, 2022년 4천504건, 한 해 평균 6천300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는 40년을 공직자로 살아왔지요. 처음 공무원으로 일할 때만해도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괜찮았습니다. 예우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사회적 리더로 대우를 받으며 일했지요. 그런데 세상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 국민들의 욕구와 민원이 다양해지면서 이를 감내해야하는 공무원들의 고충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물파손, 폭언·욕설, 성희롱, 폭행, 협박 등 특이민원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지요. 민선자치시대로 접어들어 공무원의 위상은 크게 낮아진 게 사실입니다. 선출직공직자의 권한이 커졌기 때문이지요.
10년 전, 제가 용인부시장으로 일할 때도 새내기 사회복지 직 공무원이 악성민원과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생생하지요. 지난 5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의 한 신입 공무원이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해당 공무원은 민원인의 고소에 심리적 압박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 화성세무서 사건까지 발생하자 일반 공무원들을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지난달 27일 무소속 이성만 의원이 반복·상습적 악성 민원을 추가한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공무원보호를 위해 다행한 일이지요. 현행법상에는 공무상 비밀, 수사·재판·감사, 사인 간 권리관계 사안에는 민원처리에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무를 방해할 목적의 반복적, 상습적 민원’ 항목을 추가한 것이지요. 행정기관도 지자체는 물론 행정부와 법원, 국회뿐만 아니라 학교와 공기업 등을 포함했습니다.
이 개정 법안이 제정되면 늘어나고 있는 악성민원에 대응할 근거가 마련되는 셈입니다만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는 말이 있지요. 중요한 것은 제도적인 뒷받침보다 서로 존중하는 국민적인식의 확산이 이루어져야한다는 사실입니다. 국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합니다. 한 집안의 귀한 자식이자 가장인 공무원도 예외일 수 없고 보호받아야 마땅한 일이지요. 공익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 보호받지 못하면 결국 국민이 불행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