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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그 이후^^

홍승표 2024. 8. 26. 08:53
지난 여름은 참 무더웠습니다. 사상 처음, 40도 가까운 폭염이 길게 이어지면서 모두가 기진맥진했지요. 그래도 그 폭염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파리 올림픽에서 날아드는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승전보였습니다. 당초 목표했던 5개의 금메달을 훌쩍 뛰어넘는 기쁜 소식이었지요. 한 순간 1위를 차지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신들린 경기력을 보여주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지요. 올림픽 경기를 관전하며 우리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시간은 폭염도 걸림돌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드라마도 더 극적으로 그려낼 수 없는 명승부가 우리를 열광하게 했지요.

양궁 김우진 선수가 결승에서 미국 선수를 슛 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5mm도 안 되는 차이로 금메달을 거머쥐는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습니다. 5세트에 두 선수 모두 만점을 기록한 순간, 심장이 쫄깃쫄깃해졌지요. 세기의 명승부를 펼쳤으니 박수갈채가 쏟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동메달을 차지한 이우석 선수가 셀카를 찍으며 축하해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요. 유도단체전에서 3:3동점에서 룰렛추첨으로 최종전에 출전한 맏형 안바울 선수가 투혼 끝에 승리를 거두자 6남매가 한 몸이 되어 부둥켜 얼싸안고 춤추는 모습은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지요.
양지인의 사격 금메달도 극적인 승부 끝에 이룬 결과였습니다. 양 선수는 사격 25m 결선에서 프랑스 선수와 동률을 기록한 뒤 슛 오프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차지했지요. 그는 45번째 발에서 실수해 프랑스 선수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50번째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고 슛 오프에서 5발 중 4점을 명중시키면서 1점에 그친 프랑스선수를 이기고 우승한 것이지요. 16살의 신예 반효진 선수의 금메달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공기소총 부문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우리나라 역사상 100번째 금메달이 된 자랑스러운 선수로 기록됐지요.
‘셔틀콕의 여왕’ 안세영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결승에 올라온 중국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지요. 금빛 발차기로 태권도 금메달을 차지한 박태준 선수가 상대선수를 부축해 시상대에 함께 오른 것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예(禮)와 도(道)’의 스포츠로 불리는 태권도 정신을 오롯이 보여준 몸짓이었지요. 펜싱경기에서 오상욱 선수도 넘어진 상대선수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이기고 동메달을 딴 일본선수를 축하해준 신유빈 선수에게도 박수갈채가 쏟아졌지요.
승부를 떠나 상대선수를 축하하고 위로해주는 선수들이 기성세대에게 던진 메시지가 큽니다. 승리를 넘어 값진 삶과 인간승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 소중한 일이었지요. 올림픽메달은 선수들이 피땀 흘려 이뤄낸 결정체입니다. 그러나 그 메달은 혼자 딴 게 아니지요.
가맹 경기단체장과 감독, 코치 등 과 열대야를 지새우며 응원해준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올림픽 성적이 국력과 직결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지요. 나라가 가난해 운동복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아프리카 양궁선수가 참 안쓰러웠습니다.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요.

세계 8위에 오른 우리나라가 자랑스럽습니다. 올림픽과 함께 한 여름은 꿈처럼 황홀했지요. 경제에 이어 스포츠대국 반열에 오른 건,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린 쾌거입니다. 이제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치가 정치권으로 쏠리겠지만 망국적 진영논리에 갇혀 진흙탕 싸움만 일삼으니 답답한 노릇이지요.
다시 힘겨운 일상으로 돌아 왔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당분간 박수와 환호성 지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렵겠지요. 꿈같은 일이지만 정치권도 올림픽선수들처럼 응원 받고 박수 받는 날이 오기를 꿈꿔봅니다.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정치!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