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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

홍승표 2024. 11. 25. 10:21

"행사 끝나고 저녁 시간에 뭘 드시고 싶으세요?"

 

"의정부는 부대찌개죠! 부대찌개가 좋을 듯합니다."

민주평화통일 의정부시 협의회 출범식을 앞두고 조금석 회장이 행사가 끝나면 저녁 시간이니 자문위원들과 저녁을 함께 하자며 뭘 먹는 게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부대찌개가 좋겠다고 했지요. 민주 평화통일 자문회의에서 경기지역을 대표하는 부의장으로 시군 자문위원들께 인사드리고 위촉장을 전수하는 일을 했습니다.

 

출범식이 끝나면 자체회의도 있는데다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별도로 밥을 먹곤 했지요. 그런데 의정부시에서는 부대찌개에 대한 진한 옛 추억이 떠올라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부대찌개에 어울리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웃음소리 가득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저녁 시간이 화기애애하게 이어졌지요.

 

"홍 일병! 같이 외출 나가자! 날도 추운데 뜨끈한 부대고기나 먹고 오자!" "!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대고기가 뭐예요?" "따라와 보면 알아!"

7610에 입대해 논산훈련소 교육을 마치고 그해 12월 말, 자대배치를 받은 곳이 의정부 천보산 아래 자리한 군수부대였습니다. 전입 한 달 남짓 지났을 때, 내무반장이 전입 신병 셋을 이끌고 외출을 한 것이지요. 양일 식당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부대고기를 먹자고 해 정말 궁금했는데 잘게 썰어진 고기와 햄, 소시지, 당면이 들어간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었지요.

 

김치찌개를 닮았는데 진하지만 텁텁하지 않고 잠자던 미각을 일깨우는 맛의 신세계그 자체였습니다. 그 후, 외출을 나가거나 휴가를 나갈 때면 부대고기를 먹는 게 최상의 낙이었지요. 제대기념 회식을 한 것도 부대고기일 정도로 그 당시, 제 인생 최애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대찌개70여 년 전 미군 부대 주변에서 시작됐지요. 6·25 한국전쟁이 끝난 뒤 미군이 주둔한 몇몇 도시에서 이 음식이 팔렸지만, 그 중에서도 의정부 부대찌개가 유명했습니다. 당시 캠프 레드클라우드, 캠프 스탠리, 캠프 잭슨 등 미군 부대가 많았기 때문이지요. 제가 단골로 드나들던 양일 식당도 유명했지만 1960년 포장마차로 장사를 시작한 오뎅 식당이 원조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어묵과 술을 파는 포장마차로 시작해 어묵의 일본말인 오뎅(おでん)’ 식당으로 3대째 이어지고 있지요. 그 당시, 의정부에는 미군 부대에 근무하는 군무원이 포장마차 손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들이 부대에서 가지고 나온 자투리 고기와 햄, 소시지, 베이컨, 통조림 등으로 요리한 게 부대찌개의 원조이지요.

 

처음에는 식재료들을 한꺼번에 볶아낸 메뉴로 만들어 부대고기부대볶음으로 불렸습니다. 그 후, 부대 볶음에 김치·고추장 등을 넣어 찌개로 끓여 냈는데 그때부터 부대찌개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미군 부대에서 나온 식재료에 김치, 고추장 등이 만난 우리나라 최초의 한식·양식 퓨전요리입니다.

 

제가 처음 접했을 때는 자투리 고기, , 소시지 등을 섞은 잡탕 찌개였지요. 1966년 존슨 대통령이 미군 주둔지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부대찌개를 맛보고 최고의 맛이라 호평했다고 합니다. ‘존슨탕이 부대찌개의 별칭으로 불리게 된 연유이지요. 이제 부대찌개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의정부에선 2006년부터 매년 부대찌개 축제가 열리는데 ‘2023년 경기 관광축제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해졌지요. 맛은 조금씩 다르지만, 동두천과 송탄 등에서도 부대찌개 식당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날엔 한국전쟁 직후 먹고 사는 게 힘들었던 시절, 허기진 배를 채워준 최초의 동서양 퓨전요리 부대찌개를 만나보세요. 혹한의 겨울이 따뜻하고 넉넉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