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대장의 易地思之
홍 승 표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신선한 충격을 맛볼 때가 있다. 이럴 때면 각박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사는 맛이 느껴지고 삶의 의욕이 되살아나게 되는 法이다. 며칠 전 육군 모 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일어난 어느 중대장의 이야기가 바로 이 같은 일이 아닐까 한다. 이 부대에 신병으로 입대한 훈련병들은 일주일간의 훈련을 마치고 모두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입대해 훈련을 함께 받으며 동고동락했던 동료훈련병이 알고 보니 소속 중대 중대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반말을 하며 욕설이나 힘든 이야기도 털어놓고 온몸을 부대끼며 함께 훈련받았던 동료가 하늘같은 중대장이었다니 아마도 하늘이 노랗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황당한 일은 결국 신병들의 기본권보장에 관심이 높았던 강 병규 중대장의 잠행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밝혀졌다. 강 대위는 극비에 부치고 까까머리를 깎은 채 번호표가 붙은 훈련병 강봉구라는 가명으로 조교의 묵계아래 똑같이 훈련을 받아 훈련병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함께 땀을 흘리며 동고동락하면서 흉금을 털어놓고 지냈던 신병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정말 궁금하기가 이를 데 없다. 훈련병들은 서로 반말로 있는 것 없는 것 가릴 것 없이 속마음을 다 주면서 함께 지낸 봉구가 중대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 놀라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아마도 훈련병 봉구에게 못된 일을 한 훈련병이 있다면 기절초풍할일이고 오금이 저려 잠을 이루지 못할 만한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훈련병의 입장으로 돌아가 문제점을 파악하려는 중대장님의 참다운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더욱 열심히 훈련을 받기로 결의 했다고 한다. 강 대위 역시 이번 잠행을 통해 미처 생각지 못 한 미흡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며 이번 체험이 앞으로의 신병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참으로 대견하고 믿음직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
최근 들어 군부대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참다운 군인들이 있어 우리 軍은 믿을 수 있는 국민의 국군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신뢰를 가져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이와 같은 易地思之의 정신을 함께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없이 밝은 내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준 소낙비와 같은 미담의 주인공 강병규 중대장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참다운 군인이 더욱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된다. 또한 이러한 일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널리 퍼져나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기만 하다. 강병규 대위, 그의 앞날에 더욱 큰 영광이 함께 해서 장차 우리나라의 국군을 훌륭하게 이끌어나가는 참 군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