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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없는 자식

홍승표 2007. 10. 25. 10:45
 

          하나밖에 없는 자식

                      

세상이 저 출산 문제로 온통 난리입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산아제한이 마치 국가적 大事로 여겨졌는데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즈음은 아예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애국자로 평가받는 그런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우리 부모님도 6남매를 낳아 고생한 분들이지만 그때만 해도 여섯보다 많은 집이 수두룩 했습니다. 자라면서 웬 자식을 이렇게 많이 낳아 이 고생을 하시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 것도 사실입니다.


솔직히 필자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아들 녀석 하나밖에 두지 않은  대표적인 저 출산 가족입니다. 사실 자식이야기만 나오면 할 말을 잃은 채 그저 멍해지고 아무 생각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경기도 광주 시골 놈이었던 필자가 청운의 꿈을 품고 큰물에서 놀아야겠다며 수원으로 이사를 왔지요. 그리고 직장이 있는 과천으로 출퇴근 할 때 둘째아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와 아내는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13평짜리에 연탄온돌 방2개짜리 아파트에서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던 터에 둘째아이가 생겼으니 걱정도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시골에 살 때는 채소라도 집에서 가져다 먹고 물가도 그리 비싸지 않아 그럭저럭 지낼 만 했는데 수원은 돈 들어가는 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연탄 몇장 쌀 몇 되를 사들고 다니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우리부부는 결국 아이를 유산시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4개월이 넘으면 유산시키는 것이 어렵고 산모까지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서둘러 아이를 유산시키고는 아내와 서로 부둥켜안고 또 몇날 며칠을 울었는지 모릅니다. 사내자식으로 태어나 생활고를 핑계로 아이를 유산시키는 몹쓸 짓을 하는 못난 놈이라는 자괴감이 치를 떨게 했습니다. 더구나 유산시켰다는 말을 들으신 시골 어르신들로부터는 얼마나 많이 혼쭐이 났는지 모릅니다.


아내도 그때 이야기가 나오면 아직도 눈시울이 붉어지곤 합니다만 그때는 달리 방도가 없는 것 같은 못난 생각뿐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그리곤 세월이 지나 승진도 하고 생활형편이 나아지면서 아이를 유산시켰다는 사실이 너무도 후회가 되고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그때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하고 일을 저지른 것이 너무도 모자란 생각이었다는 회한이 그저 절절하기만 합니다.


엊그제 장인장모님을 모시고 동서들과 신년 단배식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아이들이 2명씩이라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우리형제들도 모두 2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나마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뿐인 아들 녀석과 제대로 놀아준 일도 변변치 않습니다. 이제 대학졸업반인 아들 녀석은 진작부터 머리가 커졌다고 따라다니지도 않습니다.  가끔씩 늦둥이생각도 해봅니다만 지천명이 넘은 터인지 징그럽기도 하고 아내도 손사래를 쳐서 실현가능성은 전혀 없는 듯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를 잇는다는 문제는  원초적인 생각이라고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결국 한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소중한 인적자원이라고 생각해보면 결코 단순한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어쨌거나 최근 들어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시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획기적인 둘째아이 보육료지원 등의 시책을  추진해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평가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가 좋아지고 아이들을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좋아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꿈과 희망이 엿보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저 출산문제는 자동적으로 해소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 올해가  多産체질인 개띠해입니다. 저 출산 문제는 아무리 구호를 외치고 땜질식 정책을 펼친들 소용이 없고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꿈과 희망이 가득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捷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새해벽두부터  뜬금없는 넋두리였습니다만 제발이지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그저 간절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