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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길목에 서서

홍승표 2007. 11. 27. 09:46
 

            겨울의 길목에 서서

                                홍 승표

서늘한 바람을 타고 낙엽이 정처 없이 길을 가는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모두들 갑자기 몰려온 추위 때문에 옷깃을 여미고 종종 걸음을 옮기는 모습들이 스산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겨울이라는 녀석이 계절의 길목을 기웃거리며 나타날 시기를 저울질하는 듯 합니다. 이러한 다소 을씨년스러운 날에 아주 특별하고 따뜻한 음악회가 열려 마음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지난 주말저녁 과천에서 열린 꿈나무를 위한 행복한 희망더하기 사랑 음악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경기도 아동복지 연합회가 주관하고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모임체인 협성회가 후원해 열린 음악회였지요. 시민회관 공연장을 메운 1천여명의 관객들은 모두가 아동복지시설 원장님, 복지사와 원생들 그리고 후원회원들이었습니다. 공연은 안양보육원 요벨 관악단, 신애원 오케스트라와 중창단의 연주로 시작됐습니다. 상상외로 수준 높은 연주에 박수갈채가 쏟아졌지요. 개그 콘서트의 마빡이 코너의 주제곡으로 널리 알려진 나무자전거의 보물은 모두가 함께 부르며 환호했습니다. 폴리포니의 아카펠라공연이나 더 칸, B-BOY댄스공연도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이날 공연은 가수 김장훈이 출연하면서 절정을 이루었지요. 객석을 휩쓸고 다니며 아이들의 손을 잡아줄 때는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아마도 노래도 노래지만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서온데 대한 애정인 듯 했습니다. 김장훈씨 역시 이러한 느낌을 받았는지 노 캐런티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즉석에서 5백만원의 후원금을 기탁해 사람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물론 협성회도 공연 시작 전에 1천5백만원의 후원금을 기탁했지요. 공연은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며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날 느낀 감동은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을 듯 합니다.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출연한 가수들은 모두가 노 캐런티로 공연을 했다고 합니다. 출연료를 후원금으로 기탁한 것이지요. 수많은 관객들도 입장을 하면서 작게는 만원으로부터 수십만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합니다.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찾아온 고마운 분들이지요. 그러나 그분들 스스로도 이날 공연을 통해 더 많은 사랑을 느끼고 배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공연에 함께한 모든 사람들에게서 우리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올해 들어 가장 추웠다는 그날이 어쩌면 가장 마음이 따뜻한 날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살만한 것은 바로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이 있는 한 우리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믿음을 가져보게 됩니다.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겨울은 못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 더없이 혹독한 시련을 안겨줄 것입니다. 우리의 이웃에 이러한 어려운 분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세상살이가 어렵다고들 하지요.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이웃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사람 된 도리가 아닙니다. 한번만 생각하면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실천하는 일 그것이 바로 이웃 사랑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한번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그저 간절할 뿐 입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