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크레용을 준비 못하고 간 날, 선생님이 미술시험을 풍경화로 대체하겠다고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짝꿍의 크레용을 빌려 쓸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그러자고 했지요. 고마웠습니다. 나름 그리기를 좋아하는 저는 자신 있게 스케치를 끝냈지요. 그런데 짝꿍이 힐끗 쳐다보더니 표정이 일그러졌습니다. 자기보다 더 잘 그렸기 때문이었을 테지요. 다양한 색상의 크레용으로 그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짝꿍이 자꾸만 눈치를 주었기 때문이지요. 눈물을 참고 일어서는데 색을 제대로 입히지 못해서 점수가 낮게 나올 걸 생각하니 속상하기만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저는 물론 학용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친구들이 있었지요. 시골이니 농산물을 팔기 전에는 돈 구경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6,25 한국전쟁직후였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