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이 과연 생길까?
홍 승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때로는 기대이상으로 일이 잘 풀려 더욱 큰 기쁨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박이 난 경우지요. 이번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우리나라 야구대표 선수단이 꿈같은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사실 이번 야구대표팀 구성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지요. 박찬호나 이승엽선수 등이 불참해 지난 1회 대회 때보다 전력이 약화된 때문입니다. 실제로 몇몇 감독들은 야구 대표 팀 감독을 고사했지요. 선수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서 1회 대회 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후배 감독들이 고사한 그 야구 대표 팀의 감독직을 김인식감독이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4강을 목표로 훈련에 돌입했지요.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4강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듯합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기대하지 않았던 야구팀이 기대이상의 선전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일본에게 콜드게임 패라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바로 완봉승으로 설욕하면서 조1위로 본선경기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지요. 이때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본선 경기에서 기대이상으로 선전하는 선수들에게 온 국민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베네수엘라 대표 팀을 완파하던 날엔 온 나라가 환호와 박수갈채로 뒤 덮였습니다.
결승전은 정말 피를 말리는 한판이었지요. 상대가 징그럽게도 일본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4번의 경기에서 호각세를 이뤘던 이날 경기는 월드베이스볼 결승이자 한일전 결승이었지요. 9회 말까지 뒤지던 우리 대표 팀이 동점을 만들었을 때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맞대결을 고집한 투수의 과욕 때문에 통한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던 것이지요. 그것도 한국야구를 폄훼한 이치로에게 한방을 맞은 것이 더욱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준우승도 정말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메이저리거가 한명 뿐인 아마추어 팀의 전력으로 상상조차 하지 못한 대단한 기량을 보여준 것이지요. 미국과 일본이 놀랬고 세계가 경악했습니다. 고교 야구팀만 4천개가 넘고 돔구장만 6개나 되는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야구현실은 지극히 소박하다 못해 열악한 실정이지요. 미국과는 아예 비교대상이 아닙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이뤄낸 준우승은 우승보다 값진 가치를 지닌 것이지요. 뛰어난 조직력과 애국심으로 뭉친 우리 선수들의 투혼에 전 세계인들이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이제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은 월드컵 축구경기와 함께 우리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경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의사 봉중근이나 꽃범호, 고제트 같은 선수들의 애칭은 이미 그들이 국민스타가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김인식 감독의 얼굴에는 대통령, 봉중근의 얼굴에는 당 대표, 추신수선수 얼굴에는 총리의 얼굴을 패러디한 사진이 등장했을까요. 정부의 드림팀을 강조한것이지요. 덕장 김인식 감독은 3회대회 때는 우승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우승을 기대하는 것은 안 될 일이지요. 대통령께서 야구대표 선수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병역혜택과 돔구장 건립문제가 거론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지난 대회 직후에도 돔구장을 건립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지요.
그렇지만 이번에도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돔구장이 생기면 선수들이 한 겨울에도 연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기량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야구 대표 팀은 우리의 희망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는 그들에게 우리 정부나 국민들이 베풀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돔구장하나는 건립해주자는 말이지요. 정부 예산이 부족하면 국민 성금이라도 모금해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 다음대회 우승을 바라는 것은 참으로 우습고 어리석은 일이지요. 돔구장을 만드는 일 그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들의 숙제가 아닐까 합니다. 돔구장이 과연 생길까하는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주는 그런 일이 생겨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