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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 길

홍승표 2009. 11. 25. 17:46

마음속의 길

심학산(尋鶴山) 둘레 길을 다녀왔습니다. 약천사(藥泉寺) 옆 산자락에 있는 약수터를 시작으로 발길을 옮겼지요. 오롯한 분위기의 좁은 길이었지만 떨어진 낙엽을 밟는 기분이 더없이 상큼 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제 갈 길을 찾습니다. 만남이거나 헤어짐이나 사랑이거나 미움이거나 한세월 그리움으로 돌고 또 도는 것이 길이지요. 버릴 것 잃을 것도 없는 生의 원점에 서서 아쉬운 마음으로 삶을 저울질 해보는 것 그것이 길이 아닌가 합니다. 내일일은 누구도 알 수가 없다지요. 그래도 해와 달 바람을 따라 오늘도 길을 나서게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길 위에는 길이 없습니다. 길은 그런 것이지요.

 

세상에 길은 많습니다. 그러나 가야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이 분명히 있는 법이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때로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가까이 모셨던 분이 가지 말아야 할 길로 접어들어 囹圄의 몸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가슴이 저리고 마음이 착잡하기만 합니다. 마음이 텅 빈듯합니다. 살다보면 잘못된 길로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 길을 가다보면 생각과 다른 길을 갈수도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올곧은 생각으로 올바른 길을 가야만 합니다. 자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요. 세상에 길은 많습니다. 심학산 둘레 길처럼 좁은 길도 있고 한없이 넓은 바닷길이나 하늘 길도 있는 것이지요. 넓은 길을 간다고 해서 생각도 넓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깊은 해저를 지난다고해서 생각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고즈넉한 작은 길에서 오히려 생각이 깊어지고 넉넉해질 때가 많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깊고 넓은 길은 우리들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길은 우리 마음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심학산 둘레 길은 바로 이러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길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아기자기한 모습의 길을 만들어 놓았더군요. 나무와 돌과 지나가는 바람이 모두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꾸미지 않은 아늑함이 있고 넉넉함이 있었습니다. 잎이 떨어져 내린 나무들이 다소 을씨년스럽게 보였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 있게 어울려 보이더군요. 봄이 되고 나무에 새 筍이 돋으면 우리 가슴에도 새록새록 思惟의 새 움이 틀 것입니다. 신록이 짙어지고 검푸른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면 생각은 더욱 깊어질 테지요. 결실의 가을에는 많은 생각들이 알알이 영글어갈 것입니다. 추운 겨울에도 우거진 나무들이 바람을 막아주니 생각의 폭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심학산 둘레 길은 思索의 寶庫로 사랑받는 사람들의 쉼터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눈 내린 둘레 길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환상적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둘레 길에서 바라보이는 강은 또 다른 모습으로 안겨오더군요.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무렵 둘레 길을 들어서면 노을을 안주삼아 술 한 잔 걸치고 싶은 마음이 절절할 것입니다. 멀리 보이는 북한 땅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고 떼 지어 날아가는 새들의 나래 짓이 더없는 평온을 줄 것입니다.

 

심학산 둘레 길은 파주가 지향하고 있는 평화도시의 시발점이 될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둘레 길을 기획한 사람의 마음이 그러했을 테지요.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well-being과 걸 맞는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 많지 않은 돈을 들여 20리 가까운 둘레 길을 만든 것은 참으로 값지고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발상의 전환이자 시대의 흐름을 읽은 순발력 있는 산물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제 낭떠러지 같은 위험한곳에 안전 장치를 하고 습한 곳이 얼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둘레 길의 폭을 조금 넓히는 일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처럼 조금 보완할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좋은 길이라는 생각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이제 심학산 둘레 길은 계절에 따라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잎이 떨어지면 눈이 내려 덮이고 또 다른 생명의 싹을 틔우기 위해 숨 쉴 것입니다. 세상엔 많은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심학산 둘레 길같이 좋은 길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이 길을 우리 마음속에 담으면 정말로 소중한 길이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길은 우리 마음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심학산 둘레 길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그 곳에 들어서면 생명의 소중함과 평안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더해지고 보다 넉넉한 여유를 갖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심학산 둘레 길이 깊이깊이 자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