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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올림픽 관전기

홍승표 2010. 3. 10. 10:01

동계올림픽 관전기

홍 승표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그 어느 대회보다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민적 자긍심을 높여준 의미 있는 대회였습니다. 금메달 6개를 포함한 14개의 메달과 종합 5위라는 대회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도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보여준 우리나라 선수단의 눈부신 활약에 감탄을 했고 외신들은 “이변”이나 “기적”이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국민들도 터질듯 한 가슴을 조이면서 선수들의 표정이나 몸짓하나하나에 기쁨과 탄식의 경계를 넘나들었었지요. 한마디로 기쁨과 감동의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2년 월드컵 4강 이후 가장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고 나라의 격을 높인 대회라는데 이론이 없을 듯합니다. 한일 월드컵 당시 히딩크의 마법이라는 말이 생겨났었지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도 순간순간마다 우리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시아인이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에서 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더구나 스피드 스케이트 5백미터 경기에서 남녀가 동반 우승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그 난공불락의 아성을 우리 선수들이 그것도 금메달을 따며 일거에 허물어버린 것입니다. 우리들 스스로가 놀랐고 세계인이 경악했습니다. 기적이니 이변이니 하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세계기록을 큰 점수 차로 경신하며 금메달을 차지한 연기는 정말 압권이고 백미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연기를 보면서 마음 놓고 숨을 쉰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합니다. 오죽하면 대통령께서도 김 연아 선수가 점프 연기를 할 때 차마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고 토로했겠습니까. 우리나라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동계 스포츠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라의 격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S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성과는 목표달성에 따른 집념과 집중력, 발 빠른 학습력, 위기상황에서 발휘되는 놀라운 응집력 등 우리나라의 강점과 저력이 집약된 결과라고 합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거둔 경제적 가치는 20조원이 넘고 GDP를 2%이상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국민적 자긍심고취와 사회통합 등 계량화하기 어려운 가치를 고려하면 그 가치는 상상보다 높을 것이라고 합니다. 국제위상과 국가브랜드가 높아지고 한국인의 저력발견과 스포츠 외교력이 높아지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 된다고 했더군요. 어려울 때 빛을 발하는 승부근성이 성공 DNA이며 한국인의 숨은 저력이라는 분석도 내 놓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이번 동계 올림픽의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짚어볼 것이 있습니다. 세계 5위의 빛나는 성과에 묻혀 지나갔지만 쇼트트랙의 퇴보가 바로 그것입니다. 쇼트트랙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독무대나 다름없었지요. 그런데 이번 대회는 부진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끼리 부딪쳐 은, 동메달을 놓친 이유도 여러 가지로 분석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쇼트 트랙계의 파벌을 가장 큰 이유로 손꼽았습니다.

 

양궁과 쇼트트랙은 올림픽 메달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본선 경쟁력이 있는 종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것이지요. 우선 이날 5백미터 쇼트트랙 경기 결승에 오른 우리선수 세 사람의 코치가 각각 달랐다고 하지요. 단합된 팀플레이가 어려웠다는 겁니다. 팀의 맏형 노릇을 하는 선수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안 현수 선수 같은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했다는 것이지요. 쇼트 트랙 경기에 너무 자만한 나머지 선수 선발에 소홀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계파로 이뤄지던 축구 국가대표 선수 선발을 실력만을 저울질해 박 지성선수 등을 발탁해서 4강 신화를 이룬 사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쇼트트랙이 제대로 성과를 올렸으면 2002년 월드컵에 이어 동계 올림픽에서도 4강에 우뚝 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입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짚어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단이 이룩한 금자탑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이제는 빙상 경기에서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종목에 대한 관심과 육성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전용 실내 연습장도 없이 금메달을 딴 것은 자랑이 아니라 창피한 일이지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저력으로 승화 발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 열기를 몰아 2010 월드컵에서 또다시 4강 이상의 승전고를 울리고 G20정상회담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되면 2018 평창동계 올림픽유치는 당연히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해봅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빛나는 성취와 감동이 우리나라의 발전과 국민적 행복으로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