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골프장의 콘서트
신록이 검푸른 빛을 더해가는 5월의 끝자락에 걸린 주말을 골프장에서 보냈습니다. 처음 가본 서원밸리는 병풍처럼 늘어선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푸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더군요. 푸르른 나무들이 더없이 상큼하고 풀꽃향기 가득한 골프장은 웬만한 공원이나 정원보다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오월을 보내는 것이 아쉬운 듯 고운 햇살과 결 고른 바람이 얼굴을 간질이고 고혹한 꽃들이 마음마저 들뜨게 했습니다. 골프를 전혀 못하는 주제에 서원밸리를 찾은 것은 의미 있는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었지요.
이곳에선 10년 전부터 자선바자회를 겸한 그린콘서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골프장을 주민들에게 개방해서 마음껏 뛰어놀며 즐기게 하고 회원들이 평소에 아끼던 애장품을 기증해서 자선바자회를 여는 것입니다. 저녁에는 유명 가수 등 연예인을 초청해 무료 콘서트도 갖습니다. 평소에는 출입이 어려웠던 주민들이 이곳에서 하루 종일 즐기고 저녁에는 수준 높은 공연까지 관람하는 특혜를 누리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고 뒹굴며 그림도 그리고 오행시를 짓기도 합니다. 배드민턴이나 야구를 하거나 줄넘기도 하고 마음껏 페어웨이를 달리기도 하지요. 어른들은 벙커를 모래판 삼아 씨름을 하거나 골프연습장에서 장타를 날리기도 합니다. 자선바자회에서는 회원들이 기증한 물품들을 싼 값으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먹을거리도 즐비하지요. 물론 값도 비싸지 않습니다. 공연 도중에는 추첨을 통해 수많은 경품도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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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하루 휴장으로 인한 영업 손실과 만만치 않은 연예인 초청 비용까지 5억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이 발생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도 10년을 변함없이 해오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요. 더구나 회원들이 기증한 애장품들을 팔아 얻은 수익금 전액은 모두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인다고 합니다. 이 행사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좋은 사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난날에는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인근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사업자와 주민들 간의 분쟁 속에 시군에서도 골머리를 앓는 일이 비일비재 했었지요. 양측을 오가며 중재에 나서는 일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겨우겨우 민원을 해결하고 골프장 조성이 끝나면 대부분의 사업자는 지역이나 주민들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 통례였지요. 서원밸리는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어떻게 상생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장 잔디밭에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세상의 근심걱정은 떨쳐 버린 지 오래인 듯 했습니다. 공연 내내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했습니다. 오월의 끝자락에 열린 서원밸리 그린콘서트는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갈채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신록의 싱그러움이나 그윽한 풀꽃향기마저 그린콘서트의 열기와 진한 가슴으로 전해오는 진한 감동에 묻혀버린 그런 밤이었습니다. 오월이 가도 서원밸리 자선바자회와 그린콘서트의 잔잔한 감동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 2010,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