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정승이 바뀔 때마다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인사 청문회가 바로 그것이지요. 대개 청문위원들이 의혹을 제기하면 당사자는 손사래를 치며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합니다. 치열한 공방전 속에 때론 큰소리와 삿대질이 오가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당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가 하면 안면몰수하고 인신공격을 불사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꼴불견이고 불쾌하기까지 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최근에 벌어지는 내각에 대한 국회의 인사 청문회 과정의 여야 간 충돌과 막말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그래도 청문회는 나름 성과가 있었습니다. 영의정 서리가 청문회에서 드러난 흠결 때문에 낙마한 일이 있었지요. 정승은 물론 한성판윤도 낙마한 일이 있는 걸 보면 이 제도가 아주 무용지물은 아닌 듯합니다. 적어도 공직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 특히 고위관료에게 있어 자기관리는 철저하고도 엄격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도 관리해야 하는 것이 공직자의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라의 녹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무한 봉사의 마음이 내재되어 있지 않으면 공복의 도리를 다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공부하고 나름의 가치를 설정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부정부패의 고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자기관리에도 힘써야 합니다. 가끔 부정한 관리들이 쇠고랑을 차고 콩밥을 먹으러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지요. 그럴 때마다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쥐구멍을 찾게 됩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려 놓는다고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사태를 맞게 되지요.
세상에는 훌륭한 관리들도 많이 있습니다. 말년에 수원부시장으로 일했던 분이 있었지요. 사모님도 경정까지 지낸 경찰간부였습니다. 그런데 자식이 없었지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두 분은 자식이 없는 것도 하늘의 뜻으로 여기고 이웃사랑을 실천했다고 합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지요. 30년 세월 동안 도움을 받은 학생이 족히 50명은 넘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다지요. 출근할 때면 현관문을 일부러 잠그지 않았다고 합니다. 냉장고에는 빵 같은 먹을거리를 가득 채워 놓았다지요. 배고픈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네 상식으론 상상이 안 가는 대목입니다. 얼마 전 고향마을 부시장을 지낸 퇴직 선배님이 부친상을 당해 조문을 갔다 뵈었는데 한결같이 넉넉하고 평온한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걸 비우고 내려놓은 모습이 신선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가지려는 마음보다는 내려놓는 게 어려운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달에는 파주시에서 함께 일하는 분이 이사를 위해 하루 연가를 쓰겠다고 하더군요. 어디 좋은 곳으로 가느냐며 좋은 일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 집으로 난을 보내드렸지요. 며칠 후 술자리에서 만난 그 분의 말씀을 듣고 많이 놀라고 감동했습니다. 결혼 후 엊그제까지 30년 가까이 전세를 살다가 그날 처음으로 방3개짜리 아파트를 마련해 이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지역토박이로 30년 넘게 공무원으로 일했고 시청의 국장에 오른 분이 이제야 집을 마련했다니 놀라웠습니다. 특히 그가 맡은 일들은 건설과 관련이 깊은 일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로비 시도가 많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수많은 유혹과 회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때론 협박도 있었다지요. 참기 힘든 그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며 살아온 올곧은 삶은 매우 치열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모님이 살림에 보태려고 얼굴이 가려지는 모자를 쓰고 호떡 장사를 했다는 대목에서는 본받을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그는 이러한 치열한 삶 덕분에 국장도 되고 전세를 벗어날 수 있었다면서 너털웃음을 날렸습니다. 사실 월급만으로는 생활하기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지요. 그러나 공직자에게 있어 겉모습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요. 겉치레보다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진정성이 느껴지는 법입니다. 다산 정약용의 소원은 공직자들이 청렴해져서 백성들이 착취와 압제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48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엮인 〈목민심서〉의 주된 내용이 청렴한 공직윤리의 회복에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공직자의 청렴은 반드시 시민들을 위한 봉사정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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