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엘 다녀왔습니다. 그 곳은 아직도 늦가을 정취가 물씬물씬 풍겨나고 있었습니다. 쇠소깍엘 갔었지요. 2년 전엔 뗏목으로 된 테우를 타고 돌아보았는데 이번엔 투명한 카약을 노저으며 돌아보았습니다. 별로 힘도 들지 않고 나름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테우를 이끄는 아저씨는 모습이나 입담이 아직 그대로 넉넉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너털 웃음도 그대로더군요. 좋은 곳에서 지내서 그런지 젊음을 그대로 유지하는것 같았습니다.
쇠소깍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소가 누워있는 것 같은 형상을 한 커다란 웅덩이(沼) 같은 곳이고 깍은 끝을 의미한다고 하더군요.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이곳은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용솟음치며 분출해 한겨울에도 물이 차갑지 않다고 합니다. 이곳은 배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 사투리로 테우라고 불리는 이름의 뗏목을 타고 이동을 하더군요. 테우는 노를 젓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있는 줄을 당겨 움직이게 되어 있었는데 오랜 옛날 방식 그대로인 듯 했습니다.
쇠소깍엘 들어서니 절벽을 이룬 바위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을 뽐내며 줄지어 서 있더군요.
갑자기 새소리가 진동하더니 한 무리 새떼가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한라산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엔 매화꽃이 가득 피어 있고 그 위로 즐비하게 늘어선 고목들이 고풍스런 동양화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바위틈을 비집어 뿌리를 내린 나무들로 갈라져버린 바위 모습들도 보이더군요. 유연함이 강함을 이긴다는 만고의 진리를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깊은 곳 끝자락까지 손바닥처럼 맑게 보이는 물속으로 유유히 노니는 고기떼의 행렬은 환상 그 자체였지요. 물위에는 물오리 몇 마리가 테우에 탄 사람들을 힐끔거리며 떠 놀고 있었습니다. 신선이 따로 없었지요. 제가 바로 신선이요 아내와 아들도 신선인 셈이었지요.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이고 흔들리지 않는 듯 미세하게 흔들리며 쇠소깍에 머문 시간은 분명 신선놀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과 공간의 적절한 조화로움에 모든 것을 잊고 신선의 경지로 들어섰던 것이겠지요.
자동차 박물관도 가보았습니다. 정말 좋은 차들이 즐비하더군요. 자동차 마니아인 아들 녀석은 계속해 카메라를 눌러대며 즐거워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기막힌 모델들이 즐비하더군요. 모두가 개인 소유라니 정말 부러웠습니다. 한번쯤 들려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동차가 아름답다는 생각은 이곳에서 느껴보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요. 멋진차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는 꿈을 꾸는 행복한 시간이 될것입니다. 아마도 아들녀석은 좀 여유가 있으면 좋은 차로 당장 바꾸고 싶은 마음으로 돌아보았을겁니다. 꿈이 야무지기도 하죠...
박승봉 제주부시장님, 이종만 제주특별도청 농수산국장님 내외분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자연산 광어에 쇠주한잔 정말 꿀맛이었죠. 두분께서 추천해주신 절물 자연휴양림에도 갔었습니다. 정말 좋은 곳이더군요. 궂이 한라산을 안가도 될만큼 훌륭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짧게는 30분에서 4시간 코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꾸며져 있더군요. 크게 웃는곳과 손뼉을 치는 장소도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고 돌아왔습니다.
제주도는 언제 가도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잘 가꾸고 다듬어진 천혜의 볼거리들이 마음을 설레이게 합니다. 이번 여행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함께 1년간 교육을 받았던 이종만, 박승봉부시장님 내외분과 함께 한 시간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주도 여행길에서 산굼부리와 천지연 코스는 필수였지요. 제주도는 관광의 선두주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곳곳이 깨끗하고 잘 정리정돈이 되어 있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30년전 신혼 여행을 제주도로 갔던터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틀간의 일정이 너무 짧아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찾기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