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해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는 군 장병들이 매몰 작업을 거의 전담했습니다. 그런데 살처분 매몰 작업에 참여했던 장병 일부가 밥을 못 먹고 구토 증세를 보이는 등 부작용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에 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매몰 작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살처분 매몰 작업은 전적으로 공무원들이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보통 밤을 새워가며 10시간이 넘는 살처분 작업을 마치고 충분한 휴식 없이 다시 초소 근무를 해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은 정말 비장합니다. 살처분 현장에 참여했던 어느 직원은 밥도 못 먹고 악몽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공무원과 자원 봉사자들이 부상을 당하는 일도 생겨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살처분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어느 면장께서도 눈물이 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울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보이는 것이라면 끝까지 따라가 박살을 내버릴 텐데 그럴 수가 없으니 그저 통탄스러울 것입니다.
살처분을 당하는 농가의 주인들은 그야말로 초죽음이지요. 어느 농부는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 가고 어느 아주머니는 울부짖으며 자기도 함께 묻어 달라고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함께 울었다고 합니다. 사람으로 못할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족 같았던 소를 땅에 묻어야 했던 한 축산농의 아들이 살처분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묻히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글이 네티즌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글은 이렇습니다.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급기야 정부에선 백신 접종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종무식은 물론 각종 연말 행사들이 취소되었습니다. 각종 모임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집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많은 독지가가 성금을 기탁하고 난로 같은 물품을 기증하고 있습니다. 연말연시 분위기에 흥청망청할 것이 아니라 구제역 종식을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보듬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살아생전 이렇게 간절히 기도해보기는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