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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浦江에서*^*

홍승표 2011. 4. 25. 08:20

 

黃浦江에서

 

중국 상하이(上海)는 일찍이 서방 문물이 도입되어 아시아에서는 가장 중심적인 도시로 발전한 곳입니다. 지난해 6개월간 황푸강(黃浦江) 연안에서 엑스포를 개최해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난 곳이지요. ‘보다 좋은 도시, 보다 좋은 생활’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엑스포는 200개국에서 7천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상하이 엑스포 로고는 한자의 ‘세(世)’를 형상화 한 것으로 EXPO의 ‘이해, 소통, 즐겁게 모임, 협력’이라는 이념을 표현했지요. 특히 중국 전시관 건물은 ‘화(華)’글자를 모티브로 한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중국은 상해 EXPO 개최를 통하여 천문학적인 국가경제의 이익을 창출했다지요. 특히 엑스포를 계기로 낙후 지역을 개발하고 특히 교량, 도로, 항만, 고속도로, SOC확충을 도모해 세계적인 도시로 우뚝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상하이가 근대에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황푸강(黃浦江) 때문이지요.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을 무렵, 중국은 10여 년 늦게 상하이에서 개방과 개혁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박정희 대통령이 있었다면 중국엔 황푸강의 기적을 일궈낸 등소평이라는 불세출의 인물이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가 오늘날 경제성장의 아버지로 박대통령을 손꼽듯이 오늘의 중국을 얘기할 때 등소평을 빼곤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황푸강은 양자강의 한 지류입니다. 양자강은 중국을 가로지르는 젖줄입니다. 등소평이 상해 발전을 주도한 것은 그 하구인 상하이가 발전되면 강을 따라서 중국의 모든 지역이 발전하게 될 거라는 비전과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지요. 상하이 황포강가에 동방명주(東方明珠)가 있습니다. 동방명주는 90년대 초 3년간의 공사 끝에 완공된 방송탑으로 상하이를 대표하는 마천루지요. 건축물은 3개의 원형과 이를 연결하는 기둥으로 되어있습니다. 건축물을 구성하는 둥근 모양 때문에 동양의 진주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상하이 야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요.

 

 

어둠이 내리는 밤에 유람선에서 황푸강 양안(兩岸)을 보는 것이 상하이 관광의 백미(白眉)라고 하더군요. 유람선에 올라 강줄기를 거슬러 오르면 황홀경입니다. 유럽 여행길에 본 헝가리 부다페스트나 체코 프라하의 야경과는 분위기가 다르더군요. 두 곳이 은은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라면 상하이 야경은 현대적이고 짜임새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홍콩의 야경은 지극히 화려한 나머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인데 상하이의 야경은 잘 정리되고 절제된 조화로움이 돋보입니다.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연출한 듯합니다.

 

황푸강 연안으로 101층과 88층 건물, 동방명주 등 수많은 건축물이 저마다 다른 색채와 다른 모양으로 빛을 냅니다. 획일적인 모습의 한강 주변 건축물과는 달리 어느 하나도 같은 모양의 건축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를 보니 부러움을 넘어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야경을 바라보면서 환상적인 풍광(風光)에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뜬금없이 우리 한강에도 이런 꿈같은 일이 생겨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상하이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남경로(南京路)도 걸어보았지요. 이른바 명품 상점도 즐비하고 사람이 많은 것이 우리의 명동과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잘 정돈되어 있고 거리도 깔끔하더군요. 유명한 건축물이 밀집해 있는 와이탄(外滩)도 보았습니다. 20세기 초, 상하이가 중국의 금융 중심이 되었을 무렵부터 이곳에 대형 은행들이 모여들었다지요. 모래사장과 같던 곳이 높은 빌딩숲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수많은 석조 건물들이 오랜 세월을 비껴간 듯 당당하게 서 있는 걸 보면 100년 전 이곳은 정말 대단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부분 은행과 호텔로 이용되는 건물이 고풍스러운데다 예술적 가치도 느껴집니다. 이곳과 건너편 푸동(浦東)을 보면 중국의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와이탄의 건축물이 고전적이고 고풍스럽다면 푸동의 건축물은 현대적이고 화려하기 때문입니다. 황푸강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인 셈입니다.

 

 

상하이를 돌아보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지요. 중국을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머지않아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지금은 우리가 중국을 한 자락 낮게 보고 발 마사지를 받고 있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발 마사지를 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말입니다. 한강의 기적이 황포강의 기적에 묻혀서는 안 될 일이지요. 상하이를 보면 분명 중국을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