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만드는 풍경
세상에는 장애(障碍)의 굴레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을 못하거나 보거나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지요.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겁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일이 가장 견디기 힘들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요. “구두 만드는 풍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런 분들입니다.
구두 만드는 풍경은 2년 전 문을 연 手製靴 전문 제작회사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섯 분은 모두 청각장애인이지요. 물론 말도 못합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만드는 구두는 이제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가수 서유석 씨가 홍보를 자원해 활동하고 있지요. 많은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에 이어 대통령까지 즐겨 신는 구두가 되었으니 대단한 일입니다.
이 회사 대표 유석영 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시각 장애인입니다. 파주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분이지요. 그 스스로 장애인이면서 장애인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이라는 생각에서 이 회사를 만들었다지요. 물론 어려운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구두 만드는 기술을 가르칠 匠人을 모시기 위해 수 십 번을 만나고 사정해서 겨우 모실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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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큰 문제는 역시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는 겁니다. 기술을 가르치는 匠人과의 소통은 물론 직원들 간에도 소통이 원활하질 않았다는 것이지요. 공장에는 “말이 안 통하면 눈치로 통하자”는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이제는 서로 아무 불편 없이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국내 유명 제화 업체에 납품하는 피혁회사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보라며 가죽을 납품해줘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구두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며 직원들을 이끌고 있는 분은 40년이나 국내 유명 제화 공장에서 일해 온 분이랍니다. 그는 이들 장애인을 진정한 匠人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듣지 못하지만 손끝에서 나오는 촉감으로 신발을 짓는 정성어린 기술은 천하제일이죠." 직원들의 집중력도 뛰어나고 열의가 대단해 이제는 구두 만드는 기술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하지요. 유 대표나 직원 모두가 품질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40년 장인의 숙련된 기술과 청각장애인의 뛰어난 손재주가 어우러져 만드는 제품이니 당연한 일이지요.
최고의 소재, 최고의 기술, 최고의 정성으로 탄생하는 명품 수제화의 이름은 'AGIO'입니다. 이태리어로 '편안한', '안락한' 이라는 뜻이라지요.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모든 사람들의 발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으로 구두를 만든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AGIO'를 신는 날까지 구두를 만들 거라고 하네요. 그들이 꿈과 희망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구두를 선물 받고 친서를 보내셨다고 합니다. ‘청각장애인분들께서 정성을 다해 만들어주신 AGIO 구두를 잘 받았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굳은 신념과 자신감을 갖고 매진하셔서 사회적 기업 인증 받으시고 이제는 더 큰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하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 모두 큰 보람과 성취를 느끼며 일하시고 목표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 ▲ 말을 못하고 듣지 못해도 그들의 손을 거친 구두는 명품이 된다. 3일 경기도 파주시의 수제화 전문제작 회사‘구두 만드는 풍경’의 유석영 대표(오른쪽 세 번째)가 사회복지사 및 직원 등과 함께 완성된 수제화를 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이 만든 구두의 품질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지난해 9월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두 데이'라는 행사를 열어 사흘 동안 106켤레를 팔았다지요. 어느 의원은 사무실 직원 모두를 데려와 1켤레씩 구매했다고 합니다. 구두 만드는 풍경은 지난해 12월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았습니다. 마케팅과 제품개발비를 지원받게 돼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된 겁니다. 최근엔 신세계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입점까지 결정됐다지요. 대단한 일입니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최고 수준의 명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구두 만드는 풍경에 박수를 보냅니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는 것은 편견이며 고정관념입니다. 더구나 手製靴의 프로를 꿈꾸는 이들은 모든 장애인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큰 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AGIO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각광받을 날이 오겠지요. 그날까지 구두 만드는 풍경이 더욱 활기차고 넉넉하게 발전하기를 소망해봅니다.
▲ 경기도 청각장애인 제작 구두 판매행사가 경기도의회 로비에서 열린가운데 김문수 지사(가운데)와 유석영 장애인 구두공장 대표가 함께 구두를 살펴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