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되 공무원으로 살지 마라” | ||||||
[경기인터뷰] 홍승표 자치행정국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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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는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1 공무원 노사문화 우수행정기관 인증 및 노사문화 대상 기관 선정평가’에서 광역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노사문화 우수행정기관 대상을 받았다. 그동안 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공기관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낸 바 있으며 노사 상생포럼 운영, 노사정 공동선언문 채택 등 선진 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추진해 왔다. 또, 도청 공무원노조는 노사 찾아가는 인사상담제도, 노사 청렴 협약 체결, 봉급 끝 전 나눔을 통한 위기가정 무한돌봄 사업 등을 실시하는 등 도와 도청 노조 모두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선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이번 대상을 받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도청 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는 동료 공무원을 헐뜯거나 비방하는 글이 올라오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수년간 도청 공무원노조로부터 ‘존경받는 간부 공무원’으로 선정돼 온 홍승표 자치행정국장에게 바람직한 공무원 문화와 공무원으로 가져야 할 자세 등을 들어봤다. ▲도청 공무원노조로부터 4년 연속 존경받는 간부 공무원으로 선정됐다.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나는 자치행정국장실의 문을 닫아본 적이 없다. 항상 열어 놓는데, 예를 들어 어떤 민원인이 찾아왔을 때 문이 닫혀 있으면 둘이 뭐 하는지 밖에서 알 수가 없다. 또 혹시 화가 나서 후배 공무원에게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문이 열려 있으면 스스로 목소리를 낮추게 된다. 그런 의미로 항상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문이 열려 있으니까 후배 공무원들도 수시로 들어와 인사를 하고 간다.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직원들이 편하게 들려 차 한잔 마시고 간다. 예전 사무관 시절에는 어떻게 감히 자치행정국장 방에 들어가나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직사회도 많이 부드러워졌고,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또 나는 직원들이 일이 밀려 결제를 받으러 오지 못하면 꾸지람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가서 직접 일을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고, 매주 공무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한편씩 써서 보내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이밖에 건강검진도 기존에 단순 몸무게 측정하고 시력 검사하던 것을, 암 검진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도청 내 건강검진실, 동아리 활동 지원 등에도 힘을 쓰고 있어 공무원들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처음 이 부분에 선정됐을 때는 일을 같이하고 싶은 간부 공무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듣고 보니 같이 술 먹고 싶은 공무원이라고 하더라. 난 그게 더 좋다. 일을 잘하는 것과 조직관리 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공무원은 일정 계급 이상 올라가면 대부분 일은 잘하지만, 조직을 잘 관리하는 사람을 많지 않다. ▲4년 만에 도청에 다시 복귀했다. 그동안 도청 문화는 어떻게 바뀌었나?. 또 술과 관련한 도청의 문화는 어떤가?. 내 주량은 많이 먹는 편이다. 예전에는 정말 끔찍할 정도로 많이 먹었는데, 요즘에는 소주 5병 정도 먹는 것 같다. 이것도 많이 준 것이다. 도청 내 음주문화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술을 먹으면서도 업무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요즘 공무원들은 술을 많이 먹지도 않고 업무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 같다. 또, 술자리에서 다른 공무원을 흉보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요즘에는 후배 공무원들과 술을 먹어도 재미가 없다. 부단체장을 하다가 4년 만에 도청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도청 공무원 문화가 많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변해 있다. 남을 헐뜯는 문화가 너무 팽배해 있다. 이상해 졌다. 나만 아는 문화가 너무 당연시되고 있다. 내가 일반 공무원이었을 때는 팀장이 퇴근을 못하고 있으면 왜 그런지 물어보기도 하고, 팀원들이 같이 일을 도와 마무리하고 함께 소주 한잔 하는, 그런 문화였는데, 요즘에는 많이 다르다. 후배 공무원들이 여유를 좀 가져야 하는데 너무 여유가 없다. 옛날 공무원들보다 요즘 공무원들이 일은 훨씬 잘하는데, 넉넉한 여유가 부족한 것 같아 많이 아쉽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최근 기억에 남는 일화는 무엇이 있나? 파주시 부시장직을 수행하고 있을 때 정말 큰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파주시청에는 “정말 이런 공무원들이 또 있을 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공무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파주시 공무원들은 전체 공무원의 98% 정도가 자발적으로 ‘그룹 희망 멘토제’에 참여해 아동복지시설 어린이, 기초생활 수급자 자녀, 한 부모 가정 자녀들을 후원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구제역 종식이 선포되자 공무원들 스스로 2천만원의 성금을 모아 구제역 기간 중 다친 동료 공무원들에게 위로금으로 전달했고, 일주일 뒤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다시 1천만원을 모아서 전달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1천만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구제역 사태 당시, 여직원들이 살 처분 매몰 작업에 차출되면 남자직원들이 솔선수범해 살 처분을 대신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파주시는 불법광고 현수막은 물론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도 발견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6년 연속 옥외 광고물 정비 대통령 기관 표창을 받은 것은 파주시가 얼마나 깨끗한지 말해 주는 것이다. 단합이 잘되고 서로 배려하는 조직은 일에 대한 성과도 남다르다는 것을 파주시에서 깨달았다. 공직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다시금 생각케 한다. ▲시집을 4권이나 출간했다. 문학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시집을 4권 쓰긴 했지만 내가 문학을 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굉장히 어린 시절 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글 쓸 때가 가장 편한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 산은 멀리서 보면 굉장히 웅장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산 속으로 들어가 산행을 하면 산이 얼마나 멋있는지를 볼 수가 없다. 사는 것이 그런 것 같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시간이 간다. 바쁘게 살다가도 인간 홍승표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도 필요한데, 글을 쓰는 시간이 나에게 그런 시간인 것 같다. 영화도 많이 보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도가니를 봤고, 최근 영화 중 가장 인상깊게 본 영화는 ‘시’라는 영화였다. 아내는 나에게 “글은 로맨틱하게 쓰면서 집에서는 왜 그렇게 무뚝뚝하냐”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공직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직생활을 함에 철학과 남은 기간 목표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공직생활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은 등록금을 지원해 줄 테니 대학교에 가라고 했었는데, 덜컥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부모님과 상의해 공무원이 됐다. 그때 대학교에 갔으면 지금쯤 어느 시골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생을 많이 하긴 했지만, 공무원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어려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시작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공무원은 일정한 사회 지도층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무원은 우리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처음 매월 월급에서 5천원 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월 5만원씩 월급에서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고, 어린이들에게 신문 보내는데 매월 5만원, 적십자 회비, 무한 돌봄 등 한 해에 300만원 이상 기부를 하고 있다. 어려운 살림에도 이런 기부 활동을 이해해 주는 집 사람이 참 고맙다. ▲끝으로 후배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후배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으로 살지 마라’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지인 중에 지역에서 면장을 오랫동안 하신 분이 있다. 이분은 면장 시설 지역 내 인사들과 고스톱을 치면 매번 이겨 자신이 고스톱을 잘 치는 줄 알았다더라. 그런데 퇴직을 하고 고스톱을 쳐보니 매번 졌다고 한다. 그제야 이분이 그동안 고스톱을 자기가 친 것이 아닌 ‘면장’이 고스톱을 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다른 직업도 그렇겠지만, 특히 공무원은 퇴직하는 순간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공직생활을 어떻게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다산 선생에게 선비가 찾아왔는데, 굉장히 기고만장하게 행동을 하더라. 그때, 다산 선생이 선비에게 “선비가 자꾸 높아지려고 하면 낮아지네. 자네가 낮아지려 할 수록 높아질 것이네”라고 충고를 했다. 이 말이 딱 맞다. 우리 후배들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공직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호준기자 hojun@kyeongg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