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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4일 경기도청노동조합게시판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홍승표 도 자치행정국장(사진)이 4년간의 파주시 부시장을 마치고 도청 국장으로 돌아온 뒤 소회를 밝힌 글이었다. 이 글은 게시판에 올라온 뒤 하루가 안 돼 조회수 470여 건을 기록하는 등 '폭퐁 관심'을 끌었다.
홍 국장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몇년 만에 돌아온 경기도는 자신이 예전에 생각했던 그런 곳이 아니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특정인을 지목해 헐뜯는 비방성 메일과 편지가 끊이지 않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 달에 한 두번 구내식당을 쉬자는 제안은 싸늘한 반응으로 돌아왔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노조 게시판이 익명성을 이유로 차마 믿고 싶지 않을 만큼 격한 어조의 욕설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서 창피함까지 느꼈다고 말했다.
경기도청의 영원한 '맏형'으로, 후배들에게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던 훈장 선생님 같은 홍 국장이 올해 후배 공무원들로 부터 값진 선물을 받았다.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해마다 실시하는 '2011년 존경받는 간부공무원 및 직원' 설문조사에서 존경받는 간부공무원에 선정된 것. 홍 국장의 존경받는 간부공무원상 수상은 지난 2008년 이후 4년째 이어지고 있다.
홍 국장에 대한 후배 공무원들의 이 같은 '무한 신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경기도청의 한 관계자는 "일정계급 이상 올라가면 누구나 업무는 잘하지만, 홍 국장처럼 조직을 잘 관리하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후배를 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홍 국장을 평가했다.
홍 국장은 요즘도 국장실 문을 열어 놓는다. 언제든지 후배들이 찾아와 문제점을 건의하고 차 한잔 했으면 해서다. 일이 밀려서 결재가 늦어도 후배들을 야단치는 법이 없다. 일이 많다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자신이 직접 가서 결재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홍 국장은 삶의 '지침'이 될 만한 주옥같은 글들을 후배들에게 매주 보내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홍 국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시집을 4권이나 출간한 문인이다.
하지만 요즘 홍 국장은 안타까움이 많다. 4년 만에 돌아온 경기도청의 문화가 개인주와 이기주의가 만연하면서 너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일화를 가끔 인용한다. "어느 날 다산 선생에게 선비가 찾아왔는데, 굉장히 기고만장한 행동을 했지요, 그때 다산 선생은 자네가 높아지려고 하면 할수록 낮아질 것이고, 낮아지려고 하면 높아질 걸세."
홍 국장은 경기도청 내 3500명에 달하는 후배들이 조금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면서 여유를 갖고 공직생활을 했으면 하는 게 큰 바람이다.
한편, 이번 설문에서는 홍 국장 외에도 김동근 기획행정실장, 김복운 다문화가족과장, 윤미혜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연구부장이 존경받는 간부 공무원으로 선정됐다.
이영규 기자 fort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