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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를 보고*^*

홍승표 2011. 12. 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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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 득 이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다 시골 장터를 전전하며 신발 깔창을 팔러 다니는 등 굽은 장애 아버지, 아들을 낳고 가출해 버렸다가 17년 만에 나타난 필리핀 출신 어머니,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하는 가난한 살림살이, 최악의 상황에서 처절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고교생의 일상을 그린 영화 “완득이”를 보았습니다. 누구보다 큰 존재인 아버지와 가족은 아니지만 삼촌으로 부르며 함께 지내는 도 완득. 공부는 꼴찌인데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고 싸움을 밥 먹듯 하는 그는 말 그대로 문제아지요. 그러나 자존심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가진 것은 없지만 당당하게 사는 그가 바라는 것은 담임선생이 사라지는 것, 사사건건 자기를 때리며 간섭하는 데다 옆집 옥탑 방에 살면서 밤낮없이 못살게 구는 담임, 그는 날마다 교회를 찾아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느님!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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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나 담임은 죽지 않습니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담임선생의 이름은 동주이지요. 그런데 학생들에게 막말을 일삼으며 학생들을 대하는 독특한 언행으로“똥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 똥주 선생은 끝없는 관심과 괴롭힘으로 완득이를 피곤하게 하지요. 학교에서는 감추고 싶은 사생활을 폭로하여 그를 창피하게 만들고 집에 오면 학교에서 받은 햇반을 빼앗으며 그를 괴롭힙니다. 갑자기 집에 찾아와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이는 등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만행(?)도 일삼지요. 그리고 존재조차 몰랐던 친엄마를 만나 보라는 선생의 한없이 넓은 오지랖에 그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가출도 계획하지만 미수에 그치게 되지요. 그래도 똥주 선생의 완득이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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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에서 동주 선생의 대사는 비록 욕설이 대부분이지만 듣기에 그리 거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미가 쏠쏠하고 담임을 죽여 달라고 기도하는 완득이의 모습도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게다가 가끔 “시끄러”하며 끼어드는 옆집아저씨의 추임새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동주 선생은 완득이를 부를 때 늘“얌마!”라는 접두어를 붙여 부르지요. 그게 더 완득이를 화나고 열 받게 합니다. 답답한 노릇이지요. 그런데 완득이가 문득 혼자 중얼거리는 대목에선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유명한 사람들에게는 다 호가 있습니다.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저의 호는 “얌마” 입니다.”“얌마 도 완득”

     

    이 영화에서 아버지나 막말의 종결자 동주 선생이 던지는 말에는 나름 해학도 있습니다.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두고 "그 사람 나라가 가난해서 그렇지, 거기서는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다." 아버지가 필리핀에서 배울 만큼 배운 아내가 가출했지만 찾지 않은 것도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동주 선생의 말은 더욱 걸작입니다. "가난한 게 쪽팔리는 게 아니라 굶어 죽는 게 쪽팔리는 거야 짜 샤! 그러나 그 자신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호주머니를 털어“다문화 센터”를 운영하는 선생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다문화 사회를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배려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게 해 줍니다.

     

    조국을 떠나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가족이 모두 이민을 온 경우도 있지만 결혼을 해서 국적을 취득하고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른바 귀화 외국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지요. 문제는 이들 귀화인이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다문화 가정이 본격적으로 생겨난 것은 10년 남짓 지났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거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닐 나이가 된 것이지요. 보통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글정도는 모두 배우고 들어가는 것이 상례입니다. 그런데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 중엔 한글은 고사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말을 못하는 엄마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다문화가정의 일부 주부들은 아이를 외국에 있는 친정 엄마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자연히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마련이지요. 더구나 다문화 가정이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연유지요. 이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성장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학교에서도 적응을 못하는 이들이 훗날 군대에 들어간다면 문제도 보통문제가 아닐 거라는 걱정이 드는 것이지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 영화에선 바람결에 열려있는 사랑방처럼 다문화 가정에 대한 답이 엿보입니다.

     

    아직은 다문화 가정 문제가 소소해보일지 몰라도 방관해선 안 될 문제지요. 이미 사회적인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지요. 시기를 놓치면 그런 일이 생기는 법입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논의도 미룰 일이 아니지요. 그들도 엄연한 우리나라 국민이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완득이 엄마를 연기한 “이자스민”이라는 배우도 실제 필리핀 출신으로 미인대회에도 출전했고 의사과정을 공부하다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울시 공무원으로 글로벌 센터에서 일한다지요. 바로 우리의 이웃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주변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필요할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