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강원도엘 다녀왔습니다. 가는 도중 간간히 흩날리는 눈발에 모처럼의 여행이 망치는건 아닌지 살짝 걱정을 하며 갔지요. 다행히 눈은 그쳤는데 바람이 대차게 휘몰아쳤습니다. 솔비치 리조트에서 하루밤을 지낸뒤 곰치국을 먹고 설악동엘 들었지요. 그런데 바람때문에 케이블카를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권금성에 갈수 없게 된 셈이지요. 신흥사를 돌아보고 내려오는데 케이블카가 운행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단숨에 내달려 매표소에 가니 바람이 잦아들어 운행을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오를수 있었지요. 세상은 온통 하얀 雪景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한폭의 웅장한 동양화를 보는듯 했지요.
나뭇가지마다 해맑게 웃고 있는 눈꽃은 세상 어느 꽃보다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세상은 눈으로 뒤덮여 낮게 엎드려 있었지만 권금성은 온통 눈꽃을 피운 채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은 역시 劫밖의 일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눈이 내린 때문인지 평소에 들리던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산은 그야말로 적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산이 정말 산답다는 생각에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눈꽃을 피운 산은 참으로 아름답고 싱그러운 하얀 바다 그 자체였습니다. 수 없이 산에 들었지만 이날처럼 마음 상쾌하고 가슴이 후련하기는 오래간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귓불이 시리고 바람이 차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온몸이 따뜻해지고 후끈 달아오르는 것이 마음의 훈훈함과 思惟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눈꽃은 자연이 가져다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눈꽃바다 속에서 정말이지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맙게 느껴지는 행복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시끄럽다고들 난리입니다. 뭐 한 가지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면서 세상이 온통 들 끓고 있는 것이지요. 철권통치를 자랑하던 김정일이 사망한 후 북한 정세의 변화 또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합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4,11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의 싸움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들 살아가는 일이 버거워지자 예전보다 심한 대립과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듯합니다. 그러나 어려울 때 일수록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관조하며 살아가는 여유가 필요한 것이지요.
눈 내린 날이 바로 이런 여유가 되살아나는 날입니다. 잠시 버거운 삶의 굴레를 벗고 꿈의 나래를 펴기에 좋은 날이지요.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도 좋습니다. 꿈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눈 오는 날에는 눈이 되어 날아보고 날다가 지치면 나뭇가지에 앉아 쉬었다가 또 다른 세상으로 날아가 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마음속에 있지요. 눈 오는 날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그 곳에 오래도록 하얀 눈이 내리고 또 내려 쌓일 것입니다. 꿈이 되살아나겠지요. 새록새록 아름다운 꿈들이 눈처럼 가득가득 쌓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