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엘 갔었습니다. 의회제도가 잘되어 있다고 해서 오사카와 교토시를 찾았던 것이지요. 날은 덥고 습한데 공식 방문이라서 정장을 하고 다니려니 이만저만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인데다 일본도 원전사고로 에너지 절약을 하고 있어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막을 길이 없었지요. 일본 사람들은 격식을 중히 여기는 사람들이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속성이 있어 나름 긴장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친절하게 잘 대해줘서 더운거 빼고는 그리 불편한 일은 없었지요. 음식도 정갈하고 깔끔한 도시경관에 경적소리 한번 들리지 않는 교통흐름, 사람들의 친절한 미소까지 일본은 배울게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흘을 머무는 동안 틈틈히 오사카와 교토시의 유적을 돌아 보았습니다.
오사카 城은 오사카의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며 시민들에게는 마음의 고향같은 유적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꽃들과 잘 다듬어진 나무와 정원, 성곽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에 이르기까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지요. 천수각에는 當代에 천하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목상을 비롯한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사카 城은 전에도 두번 찾은 일이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단히 아름다운 城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튼튼하고 견고한데다 돌출부분이 미려한 曲線으로 이루어져 있는 최고의 城廓美를 보여주고 있지요. 성곽 둘레는 깊은 물로 둘러싸여 있어 천혜의 要塞로 손꼽힐만 합니다. 아쉬운 것은 오사카 城을 복원한지 얼마안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는 못했다고 하지요. 그래도 세계적인 명소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든다고 합니다.
교토에는 6백년이 넘은 모밀국수집이 있지요. 1465년에 창업을 했다니 647살이 된 셈입니다. 혼케 오와리야(本家 尾張屋)이라는 이집은 연 매출이 6억엔(80억)이 넘는다고 하지요. 점심때 그곳을 찾았습니다. 정말 오래된 집이란 걸 한눈에 알아볼수 있더군요. 오래된 목조 건물에 나무로 된 원래 간판은 오랜 세월에 삭아 변색된채로 유구한 전통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더군요. 모밀국수 맛 또한 정갈하고 담백하고 입안 가득 은은한 香이 가득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한판을 먹고 나가는데 우리 일행은 기어코 두판씩을 먹어 치운후 그 집을 나설 수 있었지요.
오사카에 오사카성이 있다면 교토엔 淸水寺가 있습니다. 교토의 중앙 오토와산 산자락에 자리잡은 청수사는 그야말로 운치있는 사찰이지요. 이곳에선 교토의 절반이 내려다보이고 맑은 날에는 오사카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지붕을 얇은 나무 껍질 수천겹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으로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색깔 또한 고풍스럽고 우아해서 누구라도 자신도 모르게 기품있는 청수사의 면모에 빠져들게 되지요. 주변 산세도 좋은데다 울창한 나무 숲이 마치 융단처럼 펼쳐져 있어 뛰어 내려도 푹신푹신할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13만평에 달하는 경내는 물론 오토와 산자락에는 계절마다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데 특히 봄 벚꽃과 가을 단풍은 절경으로 극락정토를 연상케 한다지요.
(청수사 주변을 산책하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청수사를 한 컷)
교토시는 천황이 거주하던 전통있는 도시이지요. 우리나라 경주와 같이 수많은 유적들이 즐비한 古都입니다. 시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도시들이 자매결연을 맺으려고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지요. 그들 스스로는 지금도 동경보다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듯 했습니다. 지금도 天皇의 귀환운동을 펼치고 있을 정도지요. 교토에는 금각사 등 16개의 세계문화유산이 산재되어있다고 합니다. 대단한 곳이지요. 교토를 돌아보면서 동경보다 훨씬 더 일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역사성이나 문화유산이 살아숨쉬는 도시전체가 기품이 느껴진다는 말이지요.
교토 金閣寺는 금으로 건물전체를 덮은 금빛 사찰로 일본인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名所이지요. 작고 아담한 연못 건너편에 서있는 금각사는 뒤편으로 아담하게 꾸민 정원은 일본 특유의 정갈하고 아담한 모습이 제법 운치있게 눈에 들어옵니다. 금각사를 녹원사(鹿苑寺)라고도 부르는데 이 일대에는 과거에 서원사라는 사찰이 있었고 주변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무로마치시대 장수인 아시카가(足利義滿)의 별장이었다지요. 그후 명치 이후에 금각사로 개조 되었고 1994년에는 천년고도 교토의 문화재로 세계유산에 등록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손꼽히는 교토의 명소로 자리잡았는데 화려한 금박은 강렬한 자외선 햇살 탓에 10년 주기로 금박을 다시해야 한다지요. 그래도 입장료 수입이나 교토의 이미지를 높이는데 더 없이 소중한 보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교토에는 또 하나의 명소인 료안지(龍安寺)가 있습니다. 1450년에 도쿠다이지 가문의 별장을 양도받아 만든 곳으로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정원으로 손꼽히는 정원이라지요. 그러나 상상했던 것보다는 그리 크지않고 평범해보이기만 합니다. 길이 25m, 폭 10m 크기의 직사각형 하얀 모래밭에 15개의 바위만이 배치된 간결한 정원이더군요. 그런데 이 정원은 의미심장한 뜻이 內在되어 있다고 전해집니다. 어느곳에서든지 한번에 15개의 돌을 한꺼번에 볼수 없다는 것이지요. 모든 걸 가지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살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말입니다.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하면서 유명세를 탄 이 정원은 전문가들로부터 세계 최고의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지요. " 이 정원이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찾아보십시요.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상상의 세계가 더욱 넓게 펼쳐질것" 이라는 정원 안내문도 인상적입니다. 30분 가까이 멍때리며 앉아 있었지만 하나도 얻은 건 없습니다. 그저 잠시 편한 마음으로 지냈을 뿐...耳順을 바라보는 지금, 나는 누구인가 그저 궁금했을 뿐 아무런 깨달음 없이 정원을 벗어나는 발걸음이 구름위를 걷는 듯 그렇게 일본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