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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지상주의*^*

홍승표 2012. 9. 20. 15:07

영국의 한 방송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있습니다. 스타 발굴 프로그램에 출연한 폴 포츠(Paul Potts)라는 사람이지요. 경연에 나선 그를 보고 심사위원과 관객들 모두 처음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휴대전화 외판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낡은 양복에 불룩하게 나온 배, 평범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외모, 부러진 앞니에 고르지 못한 치아, 어눌한 말투까지 모두가 도대체 뭘 할 수 있을지 의아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가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기 시작한 순간 모든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막힘없이 치고 올라가는 고음까지 도저히 상상조차 못했던 발군의 노래솜씨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지요. 그의 노래가 끝났을 때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환호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휴대전화 외판원이던 그가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었지요. 심사위원들은 대단한 보석을 발견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존경해 온 그는 못생긴 외모 때문에 주변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고 합니다. 수년 전에는 종양수술을 받은 데다 교통사고를 당해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졌다고 하지요. 이 때문에 늘어난 빚을 갑기 위해 낮에는 휴대전화 외판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노래연습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으면서도 나는 고생만하다가 끝날 사람이 아니다.”라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고 하지요. 천신만고 끝에 파바로티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그는 파바로티의 칭찬을 듣고는 크게 용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같은 프로그램에 나왔던 수잔 보일(Susan Boyle)이라는 여성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마흔 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턱이 두 개나 되는 뚱보 아줌마였지요. 수잔 보일이 출연했을 때도 심사위원들은 저 뚱보 아줌마가 뭘 할 수 있을까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잔 보일도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여 여자 폴 포츠라는 별명을 얻으며 한 순간에 스타덤에 올랐지요. 시골 아줌마에서 스타 반열에 오른 수잔 보일의 일생은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합니다. 폴 포츠와 수잔 보일의 공통점은 자신의 외모를 비관하지 않고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아로 온갖 궂은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청년최성봉도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Korea's Got Talent 2011 Final에 출연한 그가 보여준 노래 실력은 경이로웠지요. 그는 부모도 모른 채 고아원에 버려진 후 구타를 견디다 못해 5살 때 탈출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화장실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막 노동을 하면서도 꿈을 버리지 않고 노래를 불러온 그의 감동 스토리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꿈과 희망은 머리에 있는 게 아니라 가슴에 담겨 있다는 걸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지요. 막노동을 하며 별다른 가르침 없이 혼자서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은 출중했습니다. 심사위원은 물론 많은 청중들이 눈물을 흘리며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더군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여성은 4명중 한명 꼴로 성형수술을 했다고 하지요. 대단한 일입니다. 여성뿐만이 아니지요. 어느 남자 가수가 얼굴에만 억대의 돈을 들였다고 고백해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젊은이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지요. 외모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는듯합니다. 성형을 자기관리 차원의 투자로 생각하는 것이지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조건이면 외모가 단정한 사람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가끔 저에게도 나이가 들어 보이니 가발을 쓰거나 머리를 심으라고 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머리 벗겨진 게 결코 자랑이 될 수는 없지만 부끄러운 일도 아니지요. 문제는 머리털이 많고 적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머리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지식과 교양, 슬기와 지혜가 담겨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形端表正이요 德建名立이란 말이 있습니다. 모양이 단정하면 겉이 바르게 되고 덕이 세워지면 이름이 서게 된다는 말입니다. 저는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부단히 切磋琢磨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지요. 어쨌거나 외모지상주의가 만연되어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인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을 두고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폴 포츠의 모습도 많이 변했습니다. 처음 방송에 출연했을 때보다 치아를 교정하고 아랫배도 들어갔더군요. 지금 외모가 훨씬 보기 좋은 것은 그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수잔 보일도 지금쯤 열심히 다이어트 중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난해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께서 신임 인사차 온 총리에게 허 각을 아시느냐話頭를 던졌다지요. “허 각을 알면 공정사회의 답이 보일 것이라고 해 세간의 화제가 된 일이 있습니다. 평범한 외모지만 발군의 실력으로 스타 발굴 프로그램에서 정상에 오른 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지요. 아무런 배경 없이 오직 실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되어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외면이 아닌 내면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실력 없이 외모만 출중한 사람보다 외모는 떨어져도 실력 있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좋은 일이지요. 그러나 외모가 뒷받침된다면 더없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사람의 마음이 개략 그러하기 때문이지요. 수더분한 외모보다는 상큼해 보이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외모지상주의가 바람직한 현상은 결코 아니지요. 그렇다고 외모를 가꾸는 일을 게을리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時流에 따라 스스로 변해야하는 것도 자기관리이자 인생살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