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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맞으며*^*

홍승표 2012. 9. 26. 09:08

한가위를 맞으며

 

휘영청 떠오른 달님이 을 내려와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들을 지나 大門을 활짝 열고 들어옵니다. 달님은 한가위를 알리는 전령인 듯합니다. 한가위는 기나긴 여름날에 찌들었던 삶의 더께를 한꺼번에 씻어주고 우리들의 가슴을 푸근하게 해주는 명절 중에 명절이지요. 달님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달님을 바라보노라면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나 마음속에 살아 숨 쉬는 고향의 과 들이 되기도 하지요. 이런 이유로 우리는 달님에게 우리가 이루지 못한 벅찬 꿈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빌어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가위는 분명 너와 내가 하나로 어우러져 덩실 덩실 춤출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자 삶의 주변을 살찌울 수 있는 귀한 선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한가위는 그 자체로 축복이라는 말이지요.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밝은 얼굴로 오고 있습니다. 이른 봄 채 녹지 않은 땅을 일구어 씨를 뿌리고 무더위 속에 흘린 땀의 결실이 알알이 영글어 모든 곡식과 과일들이 풍요로운 세상, 마음은 벌써 고향으로 떠나가고 있는 듯합니다.

 

어느 해나 한가위는 있었지요. 하지만 올해만큼 가슴 벅찬 한가위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여름 우리는 정말 힘들었지요.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가뭄에다 몇 십 년 만에 닥친 폭염으로 큰 고생을 했습니다. 지긋지긋하게 비도 많이 내렸습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지요. 특히 세 차례에 걸친 태풍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귀중한 생명을 잃은 사람도 있고 농작물이나 재산 피해도 심각했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수해복구에 나서 빠른 시일 내에 정상을 되찾은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가위가 오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윤기 흐르는 얼굴로 웃으며 오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테지요. 갈 수 있는 고향을 찾아 부모형제들을 만나고 省墓를 할 수 있다면 더더욱 행복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없이 허전할 것입니다. 고향을 에 두고 온 사람들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쓰리고 아플 것입니다. 그리운 사람은 세월이 지날수록 더욱 절절하게 그리워지는 법이지요.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회한과 안타까운 그리움 속에서 한가위를 맞이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위는 그 자체로 축복이지요. 가진 자나 못가진자나 모두에게 모자람이 없는 사랑의 순간이라는 말입니다.

 

올해는 비록 오랜 가뭄과 태풍, 수해로 인한 피해가 컸지요. 그러나 솔잎 향기 짙게 배인 기름 잘잘한 예쁜 송편과 풋풋한 과일이 정성으로 차려진 차례 상은 넉넉할 것입니다. 고향을 갈 수 있거나 갈 수 없거나 모두에게 더 없이 차고도 넘치는 기쁨의 순간이 되겠지요. 성묘 또한 축복일 것입니다. 조상을 모신 산소는 버거운 삶의 일상 속에서 힘들고 지칠 때면 속적 없이 찾아가 넋두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곳이지요. 사람들은 일찌감치 伐草를 해놓은 조상님의 산소를 찾아 桎梏의 이야기를 전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술을 가득 부어 올릴 것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지요. 한가위는 분명 축복입니다. 그러나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명절을 보내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래 계속 되는 불경기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들이 그들입니다. 태풍으로 농사를 망친 농부들이 그러하고 졸지에 이재민이 된 사람들이 바로 그럴 것입니다. 사업이 실패했거나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고향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소년소녀가장이나 사회복지시설에 소외된 채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한가위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 모두가 따뜻한 마음과 을 나누어야 만하는 것이지요. 한가위는 가진 자들이 高價의 골프채나 양주를 주고받는 명절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명절인 것이지요.

 

 

한가위는 그만큼 좋은 계절이고 좋은 명절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들뜬 분위기속에 지내는 명절 한 귀퉁이에서 달님을 바라보며 한숨을 몰아쉬는 사람도 있겠지요. 모두가 사는 것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은 어렵다는 말조차 못하는 법이지요. 한가위를 한가위답게 보내는 거 그거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한가위 달님을 부끄러움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욕심을 버리고 겸손해져야 합니다. 이웃을 생각하고 서로가 용서하고 화해하면서 가진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나눠야지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따뜻한 고향인심에 취하고 어릴 적 삶의 母胎였던 고향의 를 듬뿍 담아왔으면 합니다. 분명 희망찬 삶의 활력소가 되어 가슴속에 살아 숨 쉴 것입니다. 한가위의 참된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