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아티스트 양방언 신년음악회를 함께 했습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주제곡 'Frontier‘와 ’Wings of Mirage' 등의 그의 주옥같은 연주에 전율을 느낀 더없이 행복한 저녁이었지요. 양방언은 동경에서 제주출신 아버지와 신의주출신 어머니사이에서 출생했습니다. 재일한국인으로 1년 남짓 의사생활을 하다 음악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아티스트이고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지요. 그는 일본, 홍콩을 포함한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 작곡, 편곡, 연주를 해왔습니다. 클래식과 락, 월드뮤직, 재즈 등 음악적 장르를 뛰어 넘어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로 높이 평가받고 있지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주제곡인 <Frontier!>와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를 그리는 <Prince of Jeju> 등은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게임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지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 학’의 사운드트랙은 그 해 영화평론가협회상 음악상, KBS TV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차마고도’(茶馬古道)> 사운드트랙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영화 TV음악 부분 상을 받는 등 그의 음악은 모두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담은 음악으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로 손꼽히고 있지요.
또한 2009년 음악을 담당한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AION’은 한국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블록버스터 게임음악을 담당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국 게임역사의 최고의 흥행기록을 갱신하는 게임의 대성공과 함께 전 세계에 디지털 음원 서비스되는 등 한국 게임음악의 역사에 남을 큰 성공으로 기록되고 있지요. 이날 신년음악회에서 그는 전속밴드와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용인대학의 젊은 차세대 8인조 국악프로젝트 그룹과 함께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연주로 청중을 매료시켰습니다. 공연이 끝나는 순간 모든 청중이 보내는 기립박수소리가 오래도록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소리는 그의 그윽한 표정이나 몸짓과 밴드와 어우러져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갔습니다. 世上事 모든 이야기들을 소리로 풀어가는 힘이 있더군요. 밀어치고 당겨 치고 널브러졌다 다시 일어서고 하늘로 솟구쳤다가 땅속으로 빠져드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때로 산이 되고 바다가 되고 빛이 되고 어둠이 되어 침묵 속으로 빠져들기도 했지요. 아리고 저린 이야기들이 뒤엉켜 뒹굴기도 했습니다. 쓰러질 듯 비틀거리던 소리들은 어느새 천둥번개가 되어 咆哮하고 바람이 되고 떠돌다가 구름이 되고 빗줄기로 쏟아지더군요. 그 비는 실개천과 개울을 지나 산마루를 넘어 다시 하늘로 올랐습니다.
하늘로 오른 소리는 다시 구름이 되어 비를 내리고 수런대며 돌다리를 건넌 물을 담은 나무들이 잎을 피우고 꽃을 피웠지요. 애틋한 사연들이 담긴 삶의 응어리들을 거칠 것 하나도 없이 한 가락 소리로 풀어갔습니다. 때로 바람을 일으켜 큰 산을 흔들어 놓기도 했지요. 달콤한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폭풍 같이 절규하며 피를 吐하기도 했습니다. 어둠을 빛으로 풀고 미움을 사랑으로 풀어가는 소리는 멈추질 않았지요. 정처 없이 떠돌던 소리는 다시 또 휘몰아치며 마음을 뒤 흔들었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꿈과 사랑을 일깨우는 소리에 온몸이 몸서리치며 전율했지요. 그렇게 소리는 이어졌습니다.
용인대 국악 동아리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들려준 연주는 강물이 섬을 밀어 올리는 듯 큰 감동으로 소용돌이쳤습니다. 그 큰 물결 속에서 아득한 옛날 색동옷을 입고 뛰어다니던 유년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르더군요. 빛은 소리를 부르고 소리는 새를 부르고 새는 소리로 세상을 일깨웁니다. 소리는 바람을 조율하며 온 누리를 넘나들고 햇살은 絃을 켜며 세상에 빛을 밝히더군요. 사람 살아가는 이치도 소리를 조율하는 것과 같아 어느 한부분이 이탈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법입니다. 저마다 다른 소리가 자기의 領域을 벗어나지 않으며 모자라지 않고 넘치지도 않을 때 환상적인 소리로 거듭나는 법이지요.
그가 이제껏 쌓아온 음악세계는 매우 독창적이며 환상적입니다. 그가 음악가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세상은 뉴 에이지라는 새로운 말로 그의 음악세계를 말했었지요. 그의 곡들이 우리의 전통악기는 물론 몽골, 중동, 동유럽과 남미 등 다양한 문화권의 악기들을 통하여 재즈, 민속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크로스오버의 진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음악세계에 있어서의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은 그가 걸어온 삶의 여정이 그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1960년 조총련 소속의 재일교포 1세대로 태어나 늘 폐쇄적인 조총련계 학교를 다녔고 국적은 북한으로 등록될 수밖에 없었지요.
1998년에 그는 비로소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여 정식으로 우리와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크로스오버적인 삶 때문인지 그는 늘 통일에 대한 꿈을 가슴에 품은 채 살고 있다지요. 실제로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지켜봤고 남북의 대치 상황을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지요. 실제로 그는 지난 2001년 경의선 철도복원 사업을 기념해 'Dream Railroad'라는 곡을 통해 통일에 대한 자신의 간절한 생각을 표출해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는 언젠가 통일의 길 위에서 음악적인 역할을 맡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의 꿈이 실현되기를 소원해봅니다. 통일의 꿈은 너나 할 것 없는 우리 모두의 염원이기 때문이지요. 올해가 뱀띠해입니다. 농담 삼아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하면 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뱀은 때가 되면 허물을 벗고 새롭게 거듭나곤 하지요. 모두가 잘못된 허물을 벗어던지고 거듭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크로스오버 음악을 듣고 생각의 벽을 허무는 마음으로 한해를 시작하려 합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양방언과 함께 한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올해가 모든 경계의 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꿈과 희망을 펼쳐나가는 좋은 일만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