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 東方朔)
어느 날 저승사자가 동방삭을 잡아가려고 세상에 내려왔답니다. 그러나 동방삭은 그가 저승에 있을 때 천상에서 큰 공을 세운 후 옥황상제로부터 삼천갑자를 살도록 특권을 받았다고 속여 저승사자를 돌려보냈다지요. 저승사자는 다시 인간들의 생명록을 뒤져본 다음 동방삭의 수명이 60년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다시 잡으러 내려 왔답니다. 이번에도 동방삭은 등창 앓던 종기 자국을 보이며 이것이 옥황상제의 인(印)이라고 다시 속였다지요. 천상에서의 일각은 지상에서는 몇 백 년의 세월과 같았으므로 동방삭은 삼천갑자라는 수명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겁니다. 1갑이 60년이니 18만년을 살았다는 것이지요.
저승사자는 옥황상제께 삼천갑자의 생을 누리도록 동방삭에게 특전을 베풀었는지의 여부를 조회해 보았으나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방삭이 용인에 숨어들었다지요. 저승사자가 동방삭이 숨을 만한 곳은 모두 찾아보았으나 헛수고였다고 합니다. 생각 끝에 숯을 한 짐 져다가 개울에 앉아서 매일 숯을 닦고 있었다지요. 어느 날 동방삭이 개울 근처를 지나다가 검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상류 쪽으로 가보니 어떤 사람이 숯을 닦고 있었습니다. 이상히 여겨 그 연유를 물었다지요. 저승사자는 이렇게 닦고 있으면 아무리 검은 것이라도 언젠가는 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동방삭은 하도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삼천갑자를 살았지만 숯을 닦아 희게 만들겠다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지요. 이 말이 화근이 되어 결국 신분이 탄로 나고 그 자리에서 저승사자에게 잡혀갔다는 겁니다. 그 후 사람들은 이내를 숯내 또는 炭川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해지고 있지요. 삼천갑자 동방삭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전설입니다. 그러나 탄천이 동방삭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요. 전설을 주제로 관광자원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관광지가 떠오르는 것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지요. 이야기의 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음악 교과서에 실린 노래로 유명해진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은 세계적인 관광명소지요. 이곳은 배가 지날 때 마다 강물에 뛰어들어 죽은 로렐라이가 나타나 황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노래를 불렀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뱃사람들이 로렐라이의 노래와 미모에 도취되어 넋을 잃은 순간 배가 물살에 휩쓸리고 바위에 부딪치곤 했다지요. 실제로 이곳이 S字 형태의 굽은 협곡으로 강폭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유속이 빨라져 급물살에 휩쓸린 배들이 바위에 부딪쳐 침몰했다고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문학가들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사실 로렐라이 언덕위엔 라인 강을 내려다보는 풍경 외에는 별 볼일 없는 썰렁한 곳입니다.
벨기에 브뤼셀엘 가면 그 유명한 오줌싸개 소년 동상이 있지요. 프랑스군이 브뤼셀을 불태우려고 하자 이 소년이 오줌을 싸서 그 불을 껐다는 것입니다. 행상 길에서 돌아오다 탈진해 쓰러져 폭설 속에서 죽어가던 아버지를 오줌을 싸서 그 온기로 얼어붙던 아버지를 살려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벨기에 사람들은 오줌 싸게 동상이 오줌 싸는걸 멈추지 않는 한 브뤼셀은 평화로울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브뤼셀을 찾는 세계 각국의 국빈들도 옷을 만들어와 입히는 것이 관례이고 세계 각국 사람들이 소년에게 입혀달라고 보내는 옷이 끊이질 않는다지요. 이 동상이 가지는 가치와 상징성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처럼 이야기가 있는 관광자원이 대세인 세상이지요. 삼천갑자 동방삭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관광자원을 발굴하면 좋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長壽”를 주제로 한 탄천 장수축제나 삼천갑자 동방삭의 장수와 숯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 공원을 조성하면 좋겠지요. 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창작공연도 좋고 숯가마 체험을 통해 숯을 만드는 숯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동방삭의 장수, 탄천의 숯을 모티브로 한 기념품도 가치 있는 관광 상품이 되겠지요. 스토리텔링이 대세라면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이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감동과 감성이 담긴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지요. 사람들은 슬프거나 아름답거나 꿈이 담긴 이야기들을 확인하고 따라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스토리텔링은 다양성과 유연성을 갖게 해주지요. 로렐라이 언덕이나 오줌 싸게 소년처럼 유명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습니다.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널리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용인에는 조선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 남구만 선생이 낙향해 비파를 타며 경치를 즐겼다는 비파 담 만풍 등 많은 이야기가 담긴 곳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접목시킨 관광자원이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