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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을 디자인하자*^*

홍승표 2013. 5. 31. 09:09

행정을 디자인하자

 

행정의 본질은 공익입니다. 그러나 행정이 무엇인지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한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을 하면 전문가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그러나 30년 넘도록 공무원으로 살아왔지만 아직도 행정이 어렵고 힘들다는 걸 절감할 때가 있습니다. 법과 규정에 따라 일하고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현실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지요. 정무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일이 생기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히고 일머리를 어떻게 풀어 가야하는지 그림이 그려지긴 합니다. 그런데 가끔 떠오르는 생각만으론 부족하다는 걸 실감할 때가 있지요. 행정을 감각만으로 처리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입체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그게 그리 간단치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종합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행정기술이 필요한 일이지요.

 

자그마한 광고물에서부터 건축물은 물론 도시계획에 이르기까지 제 각기 다른 여건을 반영해야만 합니다. 산지개발에 따른 경사도를 지역 여건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경우가 좋은 사례지요. 법과 규정을 준수하되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행정을 펼쳐야 된다는 말입니다. 현장을 찾아 민원인의 마음을 읽고 본질을 올바르게 보고 일을 처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스스로 자만심을 버리고 幅 넓게 생각하는 識見을 키워야 합니다.

 

Designer는 설계나 도안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지요. 이제는 행정도 전문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디자인해야 합니다. 디자인 속에는 반드시 주민들의 생각이 담겨져야만 합니다. 행정은 모든 주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잘 디자인 된 일은 공익적 측면에서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손해를 끼치게 되지요. 행정의 공익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입니다.

 

작은 인허가 업무에서부터 건축물과 도로를 건설하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현수막 게시대의 플래카드가 태풍이 닥치거나 장마 때 아래로 내려오게 해서 훼손을 막는 것을 보았지요. 버스정류장도 사람이 들어가면 불이 켜지고 나오면 꺼지도록 설치한 사례를 보았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무섭지 않아 좋고 운전기사는 불 켜진 정류장엔 서고 꺼져 있으면 그냥 지나치면 되는 시스템이지요.

 

작은 일이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큰 차이가 난다는 말입니다. 재개발될 위기에 놓인 곳을 벽화마을로 바꿔 남해안의 관광 명소가 된 동 피랑 마을이 좋은 사례지요. 일부 자치단체는 하수종말처리장과 쓰레기 소각장 시설을 지하로 배치하고 지상엔 체육시설과 공원을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굴뚝을 활용해 전망대와 레스토랑을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되돌려 준 것도 주민의 마음을 읽고 반영한 좋은 결과물이지요.

 

나비축제나 장단콩축제 등이 호평을 받는 것도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Healing을 위한 자연휴양림과 올레, 둘레길 등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도시팽창으로부터 순천만습지를 보호하고 관광활성화차원에서 디자인 된 정원박람회가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미래를 생각한 한발 앞선 관점으로 디자인된 박람회이기 때문이지요. 일반적인 시각을 탈피한 수준 높고 가치 있는 행정디자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행정이 추구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생각으로 규범을 뛰어넘어서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씨앗을 심고 싹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디자인 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정은 모든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잘 디자인 된 일은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작용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손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주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공무원들이 월급의 1%를 추렴해 복지시설 어린이와 기초생활수급자녀, 한부모와 祖孫가정자녀를 지원하는 곳도 있습니다. 학습지도는 물론 나들이, 문화 관람이나 전염병 예방관리, 집수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지요. 정기적으로 복지시설에 성금을 기탁하고 봉사활동도 하는 공무원 동아리도 많습니다. 말 그대로 公僕으로 무한봉사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 같은 노력이 또 다른 감성행정의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일반적인 생각을 넘어 넉넉한 가슴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감성행정을 펼칠 때입니다. 단순히 법규나 규정을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보다 입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행정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주민이 공감하는 감성행정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잘 디자인 된 행정이 주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새롭고 수준 높은 미래발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을 잘 디자인해야만 하는 이유와 명분이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