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일들의 큰 매듭이 풀리자 긴장감이 떨어져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지요. 5일 동안 산에 들어 찌들었던 삶의 더께를 씻어내고 계곡의 물소리에 묵은 생각을 흘려보냈습니다. 휴대전화는 전원을 끄고 집에 던져둔 채 휴가를 즐겼지요. 물론 급한 일이 생기면 아내전화로 연락을 하도록 비상채널은 가동을 했습니다. 전화가 없으니 처음엔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할 수가 없더군요.
휴가 중엔 휴대전화를 끄고 수염을 깎지 않는 버릇이 있습니다.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휴가 중에 전화를 받으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지요. 날마다 난도 질 당하는 수염도 잠시 숨 돌릴 틈을 주는 것도 나름 좋은 일이지요.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편하지만 전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휴가 중엔 전원을 꺼놓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수염도 長壽(?)할 기회를 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요. 휴가를 휴가답게 보낼 수 있는 두 방법을 권해드립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마음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잘해보려 한 일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때도 있지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포장마차에서 시큰한 콧날 어루만지며 달빛 젖어드는 술잔을 기울이는 게 인생인지도 모릅니다. 가끔 천진난만한 사람을 만날 때가 있지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부럽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보이지요. 얼굴이 마음의 窓이기 때문입니다. 때론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는 사람도 있지요. 인생을 어느 정도 達觀한 사람이 그렇습니다.
인생을 달관하고 觀照하며 사는 사람의 얼굴은 더없이 평안해 보이지요. 여행 중에 나무에 새긴 천진난만한 얼굴의 조각 작품을 만났습니다. 한눈에 반하고 말았지요.知天命을 넘기고 耳順을 앞두고 있지만 나에게도 저런 얼굴이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런 시절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질적으로 넉넉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너무 조급하게 달려온 게 아닌가하는 悔恨이 앞섭니다. 이제부터라도 조급함을 벗고 천천히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珍珠灘으로 불리는 폭포수를 만났습니다. 마치 수천 수억 개의 진주알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더군요. 바위는 물길에 따라 이끼가 끼고 그 이끼와 바위에 부딪혀 진주알이 방울방울 튀어 오르다 부서져 내리는 광경은 환상적이더군요. 무지개 색 빛깔이 한 알 한 알 다듬어져 구르는 듯 너른 바위를 뒤덮으며 뿜어내는 진주 빛은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황홀했습니다. 그 진주알들은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질 때까지 영롱한 몸짓을 잃지 않더군요. 페친들 모두 폭포수 물소리에 더위를 날려 보내시길 바랍니다.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닙니다. 물빛도 다 같은 게 아니지요. 싱그러운 신록이 담긴 호수에 햇살이 젖어들면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짙은 비취색과 연초록, 옥색 등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며 팔색조 같은 물빛 향연이 펼쳐집니다. 다채로운 물빛의 조화는 물에 포함된 석회암 성분이 빛에 반사되어 생기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주변의 자연 그대로를 투영한 탓에 저마다 다른 물빛을 띠고 그에 걸 맞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하는 것이지요.
며칠을 산과 계곡에 들어 찌들었던 삶의 더께를 씻어내고 계곡의 물소리에 묵은 생각을 흘려보냈습니다. 휴대전화는 전원을 끄고 집에 던져둔 채 휴가를 즐겼지요. 전화가 없으니 처음엔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할 수가 없더군요. 휴가 중엔 휴대전화를 끄고 수염을 깎지 않는 버릇이 있습니다.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첩경이지요. 휴식을 통해 얻은 에너지는 분명 보다 나은 삶의 보약이 될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저씨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비록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속 인물이지만 나름 주거니 받거니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지요. 가끔 술자리에서 건배를 제의할 때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라는 의미로 "소화제"를 외칠 때가 있습니다.그러면 "마시고 취하는 게 제일이다."라는 의미로 "마취제"라는 화답이 날아오지요. 어떤 때는 "진정한 소통이 제일이다.'라는 의미로"진통제"라는 화답이 날아들기도 합니다.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라는 "당나귀"라는 건배제의도 그럴듯하지요.건배제의도 잘하면 분위기를 살리는 윤활류 역할을 합니다.
요즘 저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중국식 건배제의를 즐겨하지요.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행복하고" "당신에게 취하면 평생이 행복하다."는 의미로 "쏘취하"라고 외치고 "당취평"으로 화답을 유도합니다.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소통이야말로 모든 문제해결의 첫 걸음이지요. 아무리 뛰어난 지략가도 소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사(?)를 도모하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마음을 활짝 열고 소통을 해보세요. 거짓말처럼 모든 매듭이 하나 둘 풀려 나갈 것입니다.
치악산엘 들었습니다. 1050m에 있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남대봉 1181m정상을 찍고 내려왔습니다. 세상엔 꽃 같은 사람들이 많지요, 그러나 꽃이 지면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습니다. 갈대 같은 사람도 있지요. 유리한 쪽으로만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입니다. 산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한자리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지요. 흙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게 하는 사람이지요.
요즘엔 꽃 같고 갈대 같은 사람은 많아도 산이나 흙 같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약싹 빠른 머리로만 사는 것보다 넉넉한 가슴으로 산이나 흙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가끔 산에 들면서 산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만 아직도 부족한 게 너무 많다는 것이 솔직한 제 심정이지요. 이제 산허리를 지나고 있습니다. 산을 넘어 흙 같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더욱 심기일전 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