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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임식장의 洗足式*^*

홍승표 2013. 8. 2. 11:11

 

명예퇴임식장의 洗足式

 

용인에서 두 분의 구청장이 명예퇴임식을 가졌습니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공직에 몸담아 온 두 분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하는 듯이 보이더군요. 사실 민간 기업에선 이렇게 오래 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몸담고 일하다 명예퇴임식까지 갖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요.

 

그래도 시군에선 퇴임식을 해주지만 도청에서 퇴직하면 퇴임식조차 없습니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지요. 같은 서기관이라도 시는 국장이나 구청장이고 도는 과장으로 일합니다. 과장은 물론 최 고위직인 실, 국장도 퇴임식이 없습니다. 같은 공직에 몸담았더라도 그만둘 땐 이런 차이가 있다는 말이지요.

 

 

도청에서 실 국장으로 일하다 퇴직하는 공직자들은 변변한 퇴임식도 못한 채 쓸쓸히 공직을 마감합니다. 오랜 세월을 공직에 몸담아 일했는데 퇴임식 사진조차 남기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지요. 인사담당 과장과 국장으로 일하면서 이를 관철시키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다만 부지사의 경우는 다릅니다. 공식적인 퇴임식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지사는 선출직을 제외하곤 최 고위직인 관리관 자리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요. 부지사는 고시출신도 아무나 할 수 없고 이른바 다다까이로 불리는 비 고시 출신은 꿈도 못 꾸는 자리라는 말입니다.

 

결국 전체 공무원의 대다수인 비 고시출신 도청 공무원들은 퇴임식조차 못하고 쫓겨나듯 도청을 떠나게 된 것이 현실입니다. 시군에서는 읍면동장은 물론 일반 평직원들도 퇴임식을 가집니다. 직위에 관계없이 공직을 마무리하면서 퇴임식을 갖는 것이 좋을 텐데 하는 아쉽고 섭섭한 생각이 듭니다.

 

 

퇴임은 단순히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공직을 마무리하는 것이고 따라서 후배 공무원들과 시민들께 그동안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떠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직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필요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의 공직을 잘 마무리한 것은 그 자체로 영광스러운 일이지요.

 

훗날 손자와 후손들이 우리 할아버지가 공무원으로 일하셨고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신 분이라고 자랑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퇴임식을 통해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후배들을 위한 조언과 도와준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겠지요.

 

사실 공무원들은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습니다. 일반인들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지요. 공직사회 내부는 물론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세간의 평가도 중요합니다. 공무원 개개인은 물론 공직사회 전반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공직에 몸담은 사람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지요.

 

가끔 공무원은 공직에 몸담은 사람은 목사나 신부, 스님같이 거의 성직자 수준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지요. 사실입니다. 자기관리가 철저하지 않으면 공직사회에서 바로 퇴출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길을 마무리 하는 공직자들이 퇴임식조차 못하고 떠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요.

 

 

이날 퇴임식에선 퇴임하는 구청장이 막내 직원의 발을 씻어주고 막내 직원이 구청장 발을 씻어주는 洗足式이 눈길을 모았습니다. 구청장은 앞으로 공직생활동안 정갈한 마음으로 발로 뛰며 봉사하고 막내직원은 퇴임 후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길을 가시라는 뜻으로 서로의 발을 씻어주었다고 하더군요.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떠나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넉넉한 情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퇴임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순간입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이자 인생 3막의 시대라고 합니다. 퇴임 후 30년 세월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요.

 

퇴임 공직자들은 그 자체로 좋은 인적 자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퇴임 후에는 대부분 실업자(?)로 전락하는 게 상례지요.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당한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모든 공무원들이 퇴임 후엔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 인생 3막을 열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