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엘 들었습니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 고건축의 백미 " 로 손꼽히는 아름답고 웅장하기로 유명하지요. 부석사는 불국사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국보가 가장 많은 호국 사찰로 명성이 높습니다. 소수서원도 돌아보았지요. 소수서원은 동방성리학의 르네상스를 이뤘다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 한국정신문화의 창출지" 로 펑가 받는 곳입니다. 지금도 민족교육의 산실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지요.
성균관이나 향교가 국가 교육기관이었다면 서원은 사립학교였던 셈이지요. 많은 서원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특히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으로 미국의 하버드대학보다 93년이 앞섰다고 합니다. 퇴계 이황선생의 제자들 대부분이 소수서원 출신으로 이곳에서 배출된 인재가 4,000명이나 된다지요. 세계적으로 손꼽을만한 명문 사립교육기관으로 손색이 없는 곳입니다. 곳곳에 옛 선비들의 채취가 살아 숨 쉬는 역사적인 곳이지요.
2010년 경주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하회마을도 돌아보았습니다. 씨족마을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인류역사의 단계를 잘 보여주는 건조물과 건축적 경관의 탁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마을이지요. 환경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대표하는 정주지이자 살아있는 전통, 사상, 소중한 예술적, 문화적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향기 가득한 곳입니다.안동은 " 한국 문화의 수도 " 로 불리는 전통의 고장이지요.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여년 동안 대대로 살아 온 대표적인 집성촌입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해 유명세가 더해졌지요. 지금도 류씨 후손들이 이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주 양동마을에 이어 안동하회마을을 찾은 것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울진지역은 무척 더웠습니다. 동해안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36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 속에선 피서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찜통 그 자체이더군요. 결국 성류굴속에 들어 더위를 식힌 후에 다시 수족관을 찾아 들었습니다. 시원한 곳을 찾으려니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그리곤 바닷가 방파제를 찾아 바다 구경을 하곤 이내 다시 숙소로 돌아와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남다른 버릇이 있습니다. 휴가 땐 수염을 깎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아내는 지저분하다며 질색하며 난리지만 저는 짐짓 나 몰라라 하며 수염엔 손을 대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핀잔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사실 매일 아침마다 수염 깎는 일 그거 보통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휴가 때만이라도 편히 지내는 게 좋은 일이지요.
수염을 깎지 않는다는 거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정말 느긋하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쏠쏠한 여유마저 생겨나지요. 엄밀히 양반체면으로 따지자면 그리 점잖은 일은 못됩니다. 며칠만 그대로 두면 산적나라 영의정 같은 것이 볼 쌍 사나운 것도 사실이지요. 그러나 그러면 어떻습니까. 편하면 그만이지요. 본디 휴가란 것이 일상의 버거운 짐을 벗고 찌든 삶의 더께를 씻는 그런 거 아닙니까.
올해도 수염을 깎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 면도칼에 난도 질 당하던 수염도 한시름 놓았을 겁니다. 며칠 동안 더 살았던 수염은 모처럼 長壽했다며 함박웃음을 터트렸을지도 모릅니다. 여름휴가 땐 수염 한번 길러보세요. 마음이 편해지고 사는 게 즐겁고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여름휴가 때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염 그거 무조건 깎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