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을 다녀와서*^*
설악산엘 들었습니다. 이른 아침 6시에 출발해 12시간 일정이었지요. 한계령에서 출발해 소청, 중청을 거쳐 1,708m 대청봉을 만나고 내려와 중청산장에서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백담사 쪽으로 내려왔는데 경사도가 만만치 않더군요. 예전에 오색 계곡에서 대청봉으로 가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봉정 암에서 목을 축이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지요. 역시 내려오는 길도 깔딱 고개라는 말이 무색치 않게 험난했습니다. 영시 암을 지나 백담사엘 도착하니 오후 5시이더군요. 예정보다 1시간가량 일찍 도착한 것입니다. 정예 멤버의 저력을 보여준 셈이지요.
2008년 중산마을에서 법계사, 천왕봉을 만나고 장터목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백무동으로 내려왔던 지리산 산행에 비하면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래도 어느 산이든 산에 들면 나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는 걸 느끼게 되지요. 힘든 발걸음을 옮기면서 속세에선 깨닫지 못했던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을은 男子의 계절입니다. 옷깃을 세우고 낙엽 지는 벤치에 앉으면 그가 바로 詩人이고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아무 말 없이 낙엽 쌓인 길을 걸으면 그가 바로 哲學者인 것이지요. 가을은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산에 드는 일은 삶에 지쳐 찌들은 심신을 말끔히 씻어 내리는 일이지요.
가을은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흔들리는 갈대처럼 삶에 대한 의문부호가 쉴 틈 없이 날아들어 몸부림치게 합니다. 가을은 사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기도 하지요. 눈부시도록 맑고 화사한 햇살과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 빛 고운 가을은 보고 싶은 사람이 더욱 절절하게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