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빛낸 영웅’, 꽃길에 서는 고졸신화
38년여 공직생활 마감하고 새해 ‘전설의 2라운드’ 시사
서동삼 수석부국장 | top@sisamagazine.co.kr
[189호] 승인 2013.12.31
최근 몇 년간 경기도청에서 ‘공무원의 전설’ 역할을 해온 홍승표 용인 부시장(58). 그는 단지 2급(이사관) 공무원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서 ‘공무원의 전설’에 노미네이트된 것은 아니다. 행정고시 출신이 우글거리는 경기도청에서 고졸 신화를 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전설 선배들을 뛰어넘을 만큼 큰 업적도 남겼다. 경기도내 전·현직 공무원 가운데 ‘경기도를 빛낸 영웅’으로 선정됐고 2011년 ‘다산대상 청렴봉사 대상’, 경기도청 직원들이 매년 선정하는 ‘함께 일하고 싶은 베스트 공무원’에 4회 연속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자랑스런 자치단체장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새해 포부를 들어봤다.
부단체장 출신, ‘2013 자랑스러운 자치단체장’ 수상
▲ 홍승표 부시장
도전한국인운동본부로부터 ‘2013 자랑스러운 자치단체장 대상’ 특별상을 수상한 홍승표 부시장은 이번 시상식의 유일한 부단체장 출신이다. “유일하게 부단체장을 선정해 시상한 것은 직업공무원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배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상은 제가 받은 것이 아니라 전국의 지방공무원을 대신해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낮은 몸짓으로 봉사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력을 다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해 봅니다.”
그가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계기는 여러 가지다. 지난 2001년 7월부터 전국의 지방공무원을 대표해 정부의 공무원직종개편위원회 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도 그 한가지다. “2년 6개월간 공무원 사회의 큰 틀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었지요. 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시험과목을 줄이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꾼 것과 일정 자격증을 가진 공무원은 시험 없이 전직이 가능하도록 한 것 등은 보람 있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노력이 알려지고 지난 3월 전국 시도공무원노동조합 총연맹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지요.
그리고 용인시에 도시디자인실을 부시장 직속기관으로 설치해 도시경관계획을 마련하고 전 부서의 디자인 업무를 총괄해 ‘2013년 전국도시디자인 대상’ 대통령상을 받는 것 등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는 부시장실 직속으로 도시디자인실을 설치하고 용인도시경관기본계획을 수립, 디자인 관련 업무를 총괄해 도시디자인 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보람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전체 면적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흥, 수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 된 처인 지역의 발전을 돕기 위해 이 지역의 산지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과 기업유치 추진단을 운영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가용재원이 부족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보지 못한 것은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공무원은 ‘갑’ 아닌 영원한 ‘을’
非 고시출신으로 2급 오른 입지전적 인물
▲ ‘자랑스런 자치단체장’ 특별상을 수상한 홍승표 부시장
경기도 광주의 평범한 농가에서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난 홍 부시장은 곤지암에서 초, 중, 고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1975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공무원으로 일해 왔다.
1982년 경기도청으로 자리를 옮겨 30년 넘게 도청에서 일하면서 늦깎이 공부를 시작해 국제디지털대학을 졸업한 뒤 경기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행정학 석사학위와 최우수 학업상을 받았다. 그는 공무원 직급으로 따지면 2급(이사관)이다. 구랍 30일 명예퇴직을 하기까지 38년 11개월 공직에 몸담은 그는 면서기(9급)로 출발해 사무관(5급) 이상 반열에 오른 비(非) 고시출신 공무원으로 사실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에겐 38년여란 긴 세월이 필요했지만, 행정고시 전성시대나 다름없는 현실에서 비 고시출신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전설’이나 다름없다.
그런 그의 공직철학은 뚜렷했다. 공무원은 ‘갑’이 아니고 영원한 ‘을’이라는 것이다. “이걸 잊으면 국민이 피곤해지는 것입니다. 공직을 ‘완장’을 찬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에 완장 찬 사람치고 거들먹거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완장은 사회 공익과 질서 유지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징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완장을 차면 다른 사람들이 받들어 모시고 예우를 해주니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는 착각과 탐욕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꿀맛을 맛보면서 이성을 잃게 되고 마약과 같은 중독현상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완장을 권력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지요. 완장을 찰 사람이 차고 완장이 완장답게 쓰일 때 세상이 바로 설 것입니다.
저는 시간만 나면 산에 들어 산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산은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치고 계절이 바뀌고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한 결 같이 제 자리를 지키는 산처럼 어느 곳 어느 자리에 있던 묵묵히 땀 흘려 일하겠다는 생각이었지요.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저는 산을 내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넓은 들판에서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려고 합니다. 산처럼 흙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런 삶을 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요. 그래도 그렇게 살아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공직 화두는 ‘소통’과 ‘화합’
‘함께 일하고 싶은 베스트 공무원’ 4회 연속
▲ 지난해 6월 ‘경기도를 빛낸 영웅’으로 선정된 홍승표 부시장
홍 부시장이 공직생활 내내 일관되게 생각하고 지내온 소신과 철학은 ‘소통’과 ‘화합’이다. 공무원 노조는 물론 공무원문학회와 다산사랑, 축구동아리와 산악회 활동 등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소통을 잘하면 일처리도 순조로워집니다. 서로가 화합하고 뜻을 함께 공유하며 상생의 길을 가기 때문이지요. 행정의 성과도 높아지게 됩니다. 단순한 일처리를 넘어 미래를 내다보게 되는 것이지요. ‘행정을 디자인’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감성행정’을 펼칠 때라는 그는 “단순히 법규나 규정을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보다 입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행정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잘 디자인 된 행정이 주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새롭고 수준 높은 미래발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노조 임원들과도 수시로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그는 지난 2011년 경기도청 직원들이 선정하는 ‘함께 일하고 싶은 베스트 공무원’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그것도 4회 연속으로 선정됐다. 일도 일이지만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0년 다산청렴봉사대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6월 그동안 경기도와 시군에서 일했던 전, 현직 공무원 중에서 ‘경기도를 빛낸 영웅’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았다. 지난 38년여를 공직생활을 정리하고 있는 그의 새해 목표와 포부는 남다르다. 먼저 1월 중에 다섯번째 수필집을 펴낼 계획이란다.
“책 제목은 ‘꽃길에 서다’로 정했습니다. ‘꽃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에둘러 가는 애틋함이 묻어납니다. 책을 펼치는 마음도 이와 같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꽃과 남자가 어울리지 않던 시절을 지나와 제가 꽃길에 선 이유는 ‘이름’ 때문입니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소박하게 일상을 펼쳐 보이는 이 책이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삶을 응원해준 분들에게 꽃향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저에게도 2014년이 꽃길을 향해 당당히 걸어갈 수 있는 자신감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