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방점을 찍은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파격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관행과 예상을 뛰어넘는다.
당선인의 파격행보는 그의 동선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5일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안산 화랑유원지를 찾아 유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차기 경기도지사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튿날인 현충일에는 국립현충원에서 분향했고, 지난 7일에는 진도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남 당선인은 팽목항 방문은 사전에 일정조차 공개되지 않았고,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등에도 방문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팽목한 방문길에는 수행비서 1명만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신분 사흘째인 8일에는 수행비서도 없이 홀로 서울의 언론사 2곳을 방문해 인터뷰를 했다.
남 당선인은 연휴였던 지난 6~8일 캠프 멤버들에게 휴대전화도 꺼놓고 무조건 휴식을 취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 당선인은 9일 당선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청 기자실을 찾아 비서실장, 대변인 인선 배경과 도정 구상의 일단을 내비쳤다.
당선인의 파격은 첫 인선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경기도청 내부에서 3급(부이사관) 과장급으로 분류되는 비서실장에 1급으로 명예퇴직한 홍 전 부시장을 내정한 것이나, 경기도와 전혀 연고가 없는 42살의 여성 대변인(채성령)을 발탁한 것 자체가 파격적이다.
도청 내부에서는 “요직을 두루 역임한 홍 전 부시장의 기용은 속도감있게 도정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역대 비서실장 가운데 가장 무게감이 느껴지는 인선”이라고 평했지만, 대변인 인선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정부 다음으로 복잡한 행정을 하고 있는 도정을 이해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 같다”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그는 취임식도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물러나는 도지사의 퇴임식도, 새로운 도지사의 취임식도 없는 유래없는 조용한 도정 인수인계가 이루어지게 됐다.
남 당선인은 선거기간 약속했던 연립정부를 꾸리기 위해 경기도를 대표하는 야당 인사에게 ‘사회통합부지사’ 후보를 천거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경쟁상대였던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에게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김 후보 또는 김태년 새정치연합 경기도당 위원장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둘중 한 명이라면 고등학교 17년 선배인 김 후보 쪽에 무게가 실린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양 측은 남 당선인으로부터 그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일단 부인했다.
당선인은 당초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총괄업무보고 일정을 10일 오후 5시로 미루고, 분당 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 위안부 피해자인 배춘희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남 당선인은 빈소에서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조우해 덕담을 주고받은 후 광주 나눔의 집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남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경기도 차원에서 위안부 할머니에게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김만구·이복진기자/prime@joongb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