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년부터 몸담았던 경기도청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말 용인부시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가 지난 7월부터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으로 임용 받아 5개월 보름동안 일을 했었지요. 저 자신 여러 가지 이유로 망설이기도 했지만 새로 도정을 펼치시는 지사님을 잘 보좌하고 도청가족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소통하며 온갖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늙수그레한 한참 선배가 비서실장으로 있었으니 어려워서 말붙이기조차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도 1급으로 명퇴한 제가 비서실장이 되면 권한이 막강해지지 않겠느냐 우려를 표명했었지요. ‘걱정과 사랑’이라는 우호적 정서가 깔려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언제든 ‘반대와 미움’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저도 이번 일로 그동안 공직생활을 통해 얻은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폄하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저는 비서실장 시절뿐만 아니라 지난 세월 한순간도 공직을 완장이나 권력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도청에서 일하면서 저는 소통과 화합을 제일의 덕목으로 생각하며 지내 왔습니다. 가끔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글을 띄워주는 일을 했었지요. 자작 詩나 여행 기행문, 영화를 본 소감은 물론 사람 살아가는 名分과 道理에 대한 글도 전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닫힌 감성을 일깨워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축구동호회 모임에 나가 함께 공을 차기도 하고 산악회원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공무원문학회와 독서동아리나 다산사랑 멤버들과 어울리기도 했습니다. 어설프지만 노조 연찬회에 가서 특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만나는 것과 밖에서 만나는 것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걸 잘 알기 때문이었지요. 밖에서 만나면 더욱 허물없는 대화들이 오가고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조 임원들과도 수시로 만나 소통했습니다.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듣고 이를 고쳐 나가면 후생복지나 인사에 대한 불만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도청가족 족구대회와 체육행사, 건강관리실 설치, 건강 검진 비용 인상은 물론 인사담당과장, 국장 시절 인사 불만을 줄일 수 있었던 것도 소통의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소통하고 행동하면 間隙은 좁혀지게 마련이지요.
다른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부모형제가 다르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마음에 들 리 없는 일이지요. 먼저 다가서면 됩니다. 양보하고 배려하면 간극은 좁혀지게 마련이지요. 자신은 그대로 서 있으면서 상대방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면 두 사람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저도 두 번 이나 사표를 써서 안주머니에 넣고 如三秋와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동료, 선후배들의 따뜻한 배려와 보살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까지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것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또 다른 길을 열심히 걸어가려고 합니다.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