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파주 交河 심학산 아래 출판문화단지가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 출판문화 단지가 자리 잡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곳이 글월 文에 일어날 發자의 文發里라 글이 피어오르는 마을이라는 뜻이지요. 1452년 황희 정승이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문종은 친히 황희 정승의 장례가 치러진 탄현면 금승리로 행차해 눈물로 방촌 선생을 떠나보냈습니다. 문종은 한양으로 돌아가던 길에 황희 정승을 기리는 뜻에서 당시 교하현의 작은 마을에 文發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지요. 이후 명망 높은 선비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주민들은 그 이름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출판문화 단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책 향기 가득한 명소로 자리매김했지요. 그런데 이곳에 새로운 명품 공간이 생겨났습니다. 지난해 생겨난 “지혜의 숲”이 바로 그것이지요. 세상 어느 숲보다도 아름답고 향기 가득한 공간입니다. 숲속엔 한글 자음을 본뜬 8m 높이의 書家에 20만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3km가 넘는 숲은 학자와 연구가, 저술가의 장서와 이곳에 입주한 출판사의 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지요. 24시간 문을 열고 司書없이 '권독사'라는 자원봉사가가 도서 열람을 돕고 있습니다. 權讀士란 말 그대로 책을 권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지요.
지식 정보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책을 읽는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었지요. 손으로 글을 쓰는 일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기성세대에서 필수적이었던 손 편지가 지금은 거의 문화재급 대우를 받고 있는 형편이지요. 책방에 들어 책 향기에 취해 한 장 한 장 넘기며 글을 읽는 일은 그 자체로 낭만이요 격조 있는 몸짓입니다. 다소 투박해도 마음과 정성을 담아 손으로 쓴 글이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곤 하지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보약중의 보약입니다. 이곳이야말로 요즘 세상의 화두인 힐링 중에도 최고의 産室입니다.
빌게이츠는 어려서부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책 읽는 일에 몰두한 독서광이었다지요. 그 스스로도 “도서관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빌게이츠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책을 읽을 때 서문과 후기를 먼저 본 뒤 본문을 읽었다고 하지요.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이고 글을 통해 말하려고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보면 이해가 쉬운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나폴레옹은 전쟁 중에도 책을 가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좋은 일을 넘어 삶의 필수적 요소인 것이지요.
“잠을 자는 사람은 꿈을 꾸고 책을 읽는 사람은 꿈을 이룬다.” 는 말이 있습니다. 책을 한권 저술하려면 수많은 시간과 지식, 고뇌와 정성을 필요로 하지요. 그것을 단 몇 시간 만에 탐독하고 새로운 지식과 감동을 얻을 수 있다는 건 더없이 행복한 일입니다. 지혜의 숲은 기존의 도서관과 북 카페가 융합된 독서 공간이고 수시로 열리는 인문학 강의나 심포지엄 등이 격을 더욱 높여주고 있습니다. 지혜의 숲은 단순히 나무가 우거지고 꽃이 피고 산새소리가 들리고 청량한 바람이 머무는 곳이 아닙니다. 세상 모든 아름다운 숲과 세상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책들로 이루어진 숲이지요.
세상 그 어는 노래보다 아름다운 소리가 책 읽는 소리라고 합니다. 지혜의 숲은 도서관이지만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라 책과 함께 어울려 뒹굴며 노는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아주 편안하게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책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지요. 보고 싶은 책을 24시간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지혜의 숲입니다. 수많은 책이 모여 이루어진 지혜의 숲은 책과 문화의 향기 그윽한 힐링의 寶庫입니다. 유네스코 헌장에도 ‘우리는 책을 읽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 있지요. 그 권리를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아둔한 일입니다. 지혜의 숲을 찾아들어가 보세요. 잊고 있었던 삶의 향기가 새록새록 새 筍처럼 돋아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