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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팅 맨과 연강갤러리*^*

홍승표 2016. 6. 27. 09:39

북녘 땅과 맞닿은 연천은 선사시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인류가 정착한 곳입니다. 연천 땅 임진강 변 언덕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농토를 일구고 사냥을 하면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살았던 것이지요. 연천에 선사유적지가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처음으로 보금자리를 만들고 지내온 사람들이 길을 만들었고 우리나라의 모든 길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연천은 한반도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지난 봄 임진강의 절경을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길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연강 나룻길이지요.

漣江은 연천을 흐르는 임진강의 옛 이름입니다. 연강 나룻길은 지난 날 선사시대를 살았던 조상들이 남긴 길을 그대로 복원해 만든 것이지요. 임진강변 연강 나룻길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장님이 눈을 떴다는 開眼마루는 겸제 정선의 그림으로 잘 알려진 곳이지요. 이곳엔 두루미 서식지가 있고 희귀 동식물과 수많은 물고기가 은비늘을 번뜩이며 뛰노는 생태계의 寶庫입니다. 이 길에서 가장 높은 마루이자 전망 좋은 옥녀봉에 새로운 명물이 생겨났습니다.


조각가 유영호가 만든 인사하는 사람, Greeting Man이지요. 세계 곳곳에 Greeting Man이 세워졌고 우리나라에도 몇 곳에 Greeting Man이 서 있습니다. 연천 옥녀봉의 Greeting Man은 다른 곳보다 훨씬 큰 10m 규모로 우뚝 서 있지요. 옥녀봉 Greeting Man이 인사하는 방향은 바로 북녘 땅입니다. 인사하는 Greeting Man은 겸손, 화해, 평화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지요. 옥녀봉 Greeting Man은 단순한 조각품이 아니라 자유와 평화, 화해와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물인 것입니다. 오랜 세월 평화통일을 열망해온 연천 사람들의 마음인 셈이지요.


연강 나룻길과 이어진 길에 아담한 갤러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태풍전망대를 오르는 길목에 자리한 연강 갤러리입니다. DMZ 내에 있는 횡산리 안보교육관을 리모델링해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停戰 이후 DMZ 내에 건립된 최초의 문화공간인 것이지요. 연천의 빼어난 자연환경을 예술과 접목시킨 한성필 작가의 대형 아트 파사드와 사진전을 감상할 수가 있습니다. 임진강 물고기와 두루미를 미디어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체험장, 특산품 판매장과 휴게 카페테리아까지 갖춘 복합문화 휴식공간도 있지요.

선사시대의 발자취가 살아 숨 쉬고 한반도 절단선의 경계이자 아름다운 물의 고장 최북단 연천이 거듭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길의 출발점이자 한반도의 중심에 평화누리길과 연강 나룻길을 만들고 Greeting Man과 연강 갤러리를 탄생시킨 것이지요.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단순한 문화 예술 관광 차원을 넘어 한반도를 분열시키는 인위적 경계에 대한 무의미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잔잔히 물결치는 임진강의 옛 이름 연강 변에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변화하는 연천의 모습에서 새로운 꿈과 희망이 엿보입니다.

사람들은 북한과 냉전분위기가 지속되는 한 연천은 헤어날 수 없는 어려움 속에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요. 사실 오랜 세월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당해 주민보다 군인수가 많은 곳으로 전락한 곳이 바로 연천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지요. Greeting Man을 세우고 북한의 포격도발로 한바탕 곤혹을 치른 DMZ 안에 갤러리를 만든 것은 희망을 쏘아올린 일입니다. 평화누리 길과 연강 나룻길, Greeting Man과 연강 갤러리가 안보와 통일의 길목, 연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