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에서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보고, 새로운 콘셉트의 국내 관광상품을 대대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병권 한국민속촌 마케팅 팀장은 "최근 몇 년간 중국 관광객이 한국의 관광산업 매출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쓴 비용을 따져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적자"라며 해외여행에 치중돼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거론됐다. 경기도는 도내 관광지의 접근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 거점지역에 셔틀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차광회 경기도 관광과장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을 비롯한 거점 지역에 도내 관광지로 갈 수 있는 셔틀버스를 시범운영한 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관광업계의 숙원인 '비자면제' 정책이 시급히 시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고,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관광객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관광업계가 이번 기회를 통해 질 좋은 국내 관광지를 개발하고, 국민들도 해외여행만 고집하지 말고 보석처럼 숨겨진 국내 관광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중국 사드보복, 경기관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제로 지난 13일 경인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서 패널들이 경기도 관광업계 현 상황과 대응책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 |
박상일 경인일보 경제부장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SSAD·이하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인해 중국의 보복이 매섭다.
중국관광객의 한국 방문 차단으로 한국 관광산업이 통째로 휘청이고 있다. 여행업계는 물론 면세업계, 화장품업계 등 현재 추정되는 손실액만 수백 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난무한다.
경기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숙박, 교통 등 수치로 잡히지 않는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지난 13일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경기도 관광 산업을 이끌고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중국 사드보복, 경기관광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경인일보 박상일 경제부장의 사회로 ▲경기관광공사 홍승표 사장 ▲경기도 관광과 차광회 과장 ▲경기도관광협회 편흥진 전무 ▲경기해외마케팅전문가협의회(GOMPA) 강동호 회장 ▲한국민속촌 마케팅팀 장병권 팀장이 패널로 참석해 경기도 관광업계 현 상황과 대응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상일 경인일보 경제부장(이하 박)- 각종 언론을 통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이야기가 수차례 보도됐지만, 경기도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정도는 차이가 있다. 오늘 자리는 경기도 관광 산업현장의 피해 상황을 생생하게 듣고 장기화될 경우, 예상되는 피해들과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도 관광산업의 피해는 어떠한가.
▲차광회 경기도 관광과장(이하 차)- 지난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이 1천725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중국 관광객은 806만7천명으로 절반 가량 차지한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경기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230만명 중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만명 정도로 13.3%를 차지한다. 전국 수치로 비교했을 땐 비율이 낮은 편이다.
▲박- 수치상으로는 덜하지만, 실제로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업계에서 체감하는 수치는 훨씬 심각하지 않은가.
▲편흥진 경기도관광협회 전무(이하 편)- 순수하게 경기도를 여행한 관광객 수치를 말씀하셨는데, 주로 경유 목적이 강한 경기도 관광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훨씬 커진다. 중국 관광객이 서울 호텔에서 자는 것보다 경기도에 위치한 중저가 호텔이나 모텔 등에서 숙박하는 경우가 많아 숙박업계가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고 이들을 실어나르는 전세버스 업계도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차고지를 많이 갖고 있어 관광 전세버스산업이 활성화돼 있는데, 이중 3천대 전세버스, 70% 가량이 중국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다. 이들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차고지에 그대로 서 있는 상태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회사들도 많아 25~30%의 운전기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강동호 경기해외마케팅전문가협의회(GOMPA) 회장(이하 강)- 중국관광객을 전담하는 인바운드(한국으로 여행오는) 여행사 10여곳을 다녀봤는데, 방문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무급휴가로 직원들을 쉬게 해 비용을 줄이고 아예 폐업절차에 들어가거나 폐업한 곳도 여러 곳 있다. 한 여행사의 경우, 서울 남산타워 입장료를 미리 구매했는데 전부 환불을 요청한 상태라고 한다.
▲장병권 한국민속촌 마케팅팀장(이하 장)- 한국민속촌의 경우, 2월엔 입장티켓의 68%가 이미 판매됐던 상품이라 타격이 덜하지만, 이번 달부터 입장수익 등의 피해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은 거의 전멸했다고 보고 있고, 극소수의 개인 관광객 정도만 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여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여건 마련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관광업계는 물론 지자체, 언론 등 모두가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이하 홍)- 이달에 킨텍스로 1천명 중국관광객이 오기로 했고, 6월엔 3천명 규모가 오기로 한 행사가 예정돼 있는데 3월 행사는 이미 취소됐고 6월의 경우 중국 쪽에선 좀 더 기다려보자고 하지만 경색 국면이 계속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에 베이징, 광저우 등에 초청된 한국관광홍보 행사는 아예 참석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박- 업계의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중소업체에 자금지원하겠다' '일부 세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정도의 소극적인 대책만 나오고 있는데, 도와 관광공사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차- 지난 7일 민관합동대책회의에서 자금지원과 교통문제 해결 등이 건의됐다. 자금 지원의 경우, 도 경제실과 협의해 100억원 가량 업계에 지원할 것을 검토 중에 있다. 또 경기신용보증재단과 특례보증을 통해 영세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또 메르스 사태 당시 지원했던 융자금에 대해선 상환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셔틀버스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해 서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4개 거점을 잡고 노선을 만들어 시범 운영 후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
▲편- 메르스사태때처럼 도가 이번에도 선제적으로 나서줘 진심으로 고맙다. 자금지원의 경우, 대부분 영세업체라 담보력이 없는 업체가 많아 상환기간 연장과 담보비율을 최대한 높여달라는 요청을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대책은 교통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는 곳곳에 관광지가 구성돼 있지만 교통편이 매우 안 좋다. 단순히 몇군데가 아니라 수십군데를 촘촘히 연결하는 셔틀버스가 늘어나면 관광버스 업계의 고용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실 셔틀버스가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와 여행업계, 관광지 등 관련기관의 합의를 거쳐 수익을 따지지 말고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운영해야 한다. 관광객 1명이 타더라도 셔틀버스는 정해진 장소에서 출발해서 원하는 관광지에 도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도 관광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홍- 해외관광객 다변화와 맞물려 비자 면제도 고려해야 할 대응책이다. 일본, 동남아, 대만 관광객들은 비자 문제가 항상 걸림돌이다. 한국에 오고 싶어도 불법체류를 문제삼아 까다로운 비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 인도는 중국에 버금가는 블루오션인데, 현재 우리는 무슬림에 대한 산업적 접근이 전무하다. 할랄식당이나 무슬림 가이드 등 기본적인것 조차 준비가 안됐다. 정부나 도 차원에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 기회에 해외관광객을 상대로 저가관광상품을 남발하는 업계 관행을 없애야 한다. 무조건 비용만 낮추다 보니 형편없는 음식과 숙소에 쇼핑만 잔뜩 들어있는 관광상품으로 한국에 다시는 방문하고 싶지 않은 기억만 남긴다. 특히 중국 전담 저가상품을 파는 업체들이 요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이는 하루빨리 정부 차원에서 근절해야 한다.
▲강- 우리 국민들도 국내 관광지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몇해 전부터 정부에서 '국내여행관광주간' 정책을 펴고 있지만, 업계의 비협조와 국민의 무관심으로 실패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입장료나 관광상품 비용을 낮춰 자국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홍- 지난해 경기관광공사에서 수원시와 용인시의 관광지, 숙박업소, 맛집 등을 묶은 관광상품을 전국에 홍보했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다. 광역단체별로, 도내에서는 시군별로, 적극적으로 자치단체가 나서 관광상품을 연계해 새로운 콘셉트의 국내관광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
▲편- 도민들께 이렇게 호소하고 싶다. 농축산물 업계가 힘들면 국민들이 나서서 구매하며 도와주듯, 국내 관광지도 좋은 곳이 많으니 눈을 좀 돌려주십사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안 가본 곳이 정말 많다. 이번 기회에 도민들도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보석같은 국내 관광지를 찾아 연휴를 보냈으면 좋겠다.
정리/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