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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칠순잔치 - 어버이날에*^*

홍승표 2019. 5. 8. 10:16


오늘이 어버이 날입니다. 부모님은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셨으니 생각만 절절할 뿐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어버이날은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 후회가 뼛속까지 사무치고 또 사무치는 날입니다. 자식이 봉양하려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待)는 말이 새삼 가슴을 울릴 뿐이지요. 사는 것이 힘겨울 때면 부모님의 墓所를 찾아 넋두리를 늘어놓을 때가 있습니다. 돌아가셨지만 부모님께서 도와주실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지요. 부모님을 잘 모시려 해도 세상에 안계시면 백번 천 번을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오랜 세월을 공직에 몰두하다 보니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은 여섯 자식 중에 셋이나 공무원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셨지만 늘 자식으로 해야 할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스러울 따름이었지요.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잔치답게 해드리지 못한 일은 아직도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는 예순둘 정말 아까운 나이에 갑자기 돌라가시고 말았지요. 혼자되신 어머니의 칠순 잔치는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이자 의무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고향 마을 면장으로 일하는 형이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총선을 2주일 정도 앞두고 칠순 잔치를 하는 것은 자칫 선거 유세장이 될 수 있고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였지요. 후보자 중 한 분이 형의 동네 1년 후배라는 사실도 부담이었지요.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것도 고민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나는 남의 잔치 얻어먹고만 다니는 사람이냐.”라며 섭섭해 하셨지만 의논 끝에 면 소재지에서 20여 리 떨어진 음식점에서 손자·손녀도 참석시키지 않은 채 조용하게 칠순 생신 상을 차려드렸지요. 공무원 자식을 둔 죄(?)로 어머니 일흔 잔치는 그렇게 조촐히 끝났습니다.



이듬 해 형의 장인어른 칠순 잔치가 있었지요. 어머니의 얼굴엔 칠순 잔치를 하지 못한 아쉬움과 섭섭함이 엿보였습니다. 죄송스러운 마음과 함께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에 콧등이 시큰해졌지요. 어머니 손을 이끌고 서둘러 빠져나왔습니다. 하늘이 희뿌옇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불효를 했지만 아버지와 달리 회갑잔치도 못한 어머니의 칠순 잔치를 못 해 드린 죄스러움에 몸서리쳤지요. 자식에게 어버이날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걸 이제 절감하게 됩니다. 모두들 살아생전 하루하루가 어버이날이라는 생각으로 효도하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