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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수' , '국민배우'

홍승표 2021. 4. 6. 08:14

,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 테스 형! 아프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가수 나훈아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코로나19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출연료도 없이 특집무대에 오른 것이지요. 그는 일흔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적인 노래와 몸짓, 화려하고 강렬한 공연을 펼쳤습니다. ‘나라를 지킨 것은 대통령이나 왕이 아니라 보통의 우리 국민이었다.’는 소신 발언도 묵직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이 감동적인 공연을 본 사람들은 그가 왜 국민가황(歌皇)으로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고 칭송했습니다.

 

탤런트 김수미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생활이 어려워 친구와 동료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녔다고 합니다. 이를 안 배우 김혜자가 이렇게 말했다지요.

 

, 넌 나한테는 왜 돈 빌려 달라는 소리를 안 하니? 추접스럽게 여기저기 돈 꾸지 마라.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되냐?”

 

그러면서 김수미에게 전 재산이 든 통장을 건넸다고 합니다.

 

이거 내 전 재산인데 나는 돈 쓸 일이 별로 없어. 다음 달에 아프리카 빈국에 봉사 가려고 했는데, 아프리카가 여기 있네. 다 찾아서 해결해. 갚을 필요 없어. 혹시 돈이 넘쳐나면 그때 주든지.”

 

언니! 언니가 아프리카에서 포로로 납치되면 내가 포로가 돼서 교환하자고 할 거야. 나 꼭 언니를 구할 거야

 

가수 조용필이 한창 바쁠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요양병원 원장의 전화를 받은 그는 예정된 그날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시골 병원으로 달려갔지요. 그러고는 병원의 한 소녀를 위해 비련'을 불러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8년간 아무 반응이 없던 그 소녀가 펑펑 울고, 부모도 함께 울었다지요.

 

조용필이 소녀를 안아주며 비련이라는 곡이 들어 있는 CD에 사인해서 건네주자 소녀의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돈을 어디로, 얼마나 보내드리면 될까요?”

 

따님이 오늘 흘린 눈물이 제가 평생 번 돈보다, 또는 앞으로 벌게 될 돈보다 더 비쌉니다.” 그의 사람 됨됨이와 가왕의 품격을 보여준 일이었지요.

 

MBC-TV의 최장수 드라마인 전원일기20년 넘게 인기를 누렸던 탤런트 최불암은 일흔 중반부터는 드라마 출연이 뜸했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 때부터인지 연출진이 저를 어려워하더군요. 불편한 존재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뒤로 좀 물러났지요.” 물론, 미니시리즈나 특별기획 등 드라마 출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활동이 뜸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드라마 외에는 주로 내레이터나 진행자로 활동했는데, KBS-TV ‘한국인의 밥상10년이 넘은 장수 프로그램이지요. 그가 오랜 세월 동안 국민 아버지로 불리는 것은 그가 가진 인간적인 매력과 거짓 없는 성실한 몸짓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가수나 배우들을 일러 국민 가수’, ‘국민 배우라고 하지요. 하기야 연예인에게 국민 오빠’, ‘국민 누나’, ‘국민 여동생이라고 붙이는 일도 적지 않기는 합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이 너무 흔해지기는 했지만, 무게감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 제 생각이지요. ‘국민이라는 호칭은 단순히 인기가 많다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희생이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 외롭거나 아프거나 가난한 사람 돕기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 때때로 다른 사람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과감히 물러날 줄 알고 때때로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해 쓴 소리도 하는 이, 그러면서도 자세를 낮추고 유머나 품격을 잃지 않는 이어야 국민을 붙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는지요.

 

인기가 있어서 특별한 게 아니라 특별해서 인기가 있는 겁니다. 그 특별함이 없으면 인기는 한순간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지요. 인성과 품격,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이 뒷받침돼 있지 않으면 특별함이 있을 수 없고, 그런 이에게 국민을 붙일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