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러하듯이 국회의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야 간 충돌과 막말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청문위원들이 의혹을 제기하면 당사자는 손사래를 치며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요. 치열한 공방전 속에 때론 큰소리와 삿대질이 오가고 얼굴을 붉히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가 하면 안면몰수하고 인신공격을 불사할 때도 있지요. 한마디로 꼴불견이고 불쾌하기까지 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많은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고 상당수의 부적격 의견이 개진됐지만 거의 대부분 임명이 강행되었지요. 훌륭한 인물보다 코드가 인물을 찾기 때문이겠지만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여야 이견 없이 채택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힘 김 웅 의원은 "참 열심히 사신 것 같고, 비리 문제를 이야기하면 서로 민망한데 그렇지 않게 살아줘서 참 고맙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 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음주운전·성범죄' 7대 원칙에 위배되는 사항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지요. 국민의 힘 박대수 의원도 "30년간 공직생활을 하시면서 깔끔하게 살아오신 것에 대해 본 의원은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했습니다. 배우자나 자녀들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도 없었지요. 여야가 한마음으로 적격으로 판단한 이유일 겁니다. 모처럼 청문위원과 국빈들로부터 후보자가 박수를 받은 것이지요.
이례적으로 재계와 노동계에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노사 간 협력을 제고할 적임자"라고 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안 후보자가 사회적 대화 정상화와 안착 등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이라고 평가했지요. 고용노동부 내부에서도 ‘안 후보자는 누구나 같이 일하고 싶은 분으로 꼽히고 신사적인 분’이고 ‘고용노동부 안에서도 최고의 노사문제 전문가’라는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어찌 보면 이런 분이 공직자로 일하고 추천받는 게 맞는 일인데 그동안 이런 후보자를 만난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합니다. 그때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기성세대들이 ‘라떼’나‘꼰대’소리를 듣는 이유입니다.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바뀌었다는 말이지요.
나라의 녹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무한 봉사의 마음이 내재되어 있지 않으면 공복의 도리를 다하기 어렵지요. 따라서 스스로 공부하고 나름의 가치를 설정해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부정부패의 고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자기관리에도 힘써야지요. 가끔 부정한 관리들이 쇠고랑을 차고 국립인생대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쥐구멍을 찾게 되지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려 놓는다고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사태를 맞게 되기도 합니다. 공직자로 사는 사람들이 공인이기 때문이고 그만큼 올곧은 몸가짐이 필요한 이유이지요.
공직자는 겉치레보다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진정성이 느껴지는 법입니다. 이 세상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누가 뭐라고 하든 무한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아무리 캐내려고 해도 허물 있는 공직자는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되는 사람들도 공직자출신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지요. 공직자의 삶이 그러합니다. 다산 선생의 소원은 ‘공직자들이 청렴해져서 백성들이 착취와 압제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48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엮어진 〈목민심서〉의 주된 내용이 청렴한 공직윤리의 회복에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공직자의 청렴은 국민들을 위한 봉사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내편 네 편, 진영논리 구별 없이 훌륭한 인물들이 공직자로 등용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