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상무님! 공장 증설 허가 났으니 찾아가세요.” “보름도 안됐는데 벌써요?” 파주부시장으로 일할 때, LG필립스에서 9라인 증설을 위해 축구장 6개 크기의 공장허가신청서류가 들어왔습니다. 곧바로 관련 팀장, 과장들이 참여한 T/F팀을 구성하고 매일 회의를 열었는데 최대한 민원처리기한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지요. 아침마다 자체검토결과 문제가 없으면 종합의견란에 서명을 한 뒤, 다음회의부터 빠지고 다른 부서는 계속 검토를 했습니다.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규모가 큰 복합민원은 그리 처리해 왔기 때문에 형평성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요. 이러한 노력과 절차를 거쳐 13일 만에 공장증설허가를 처리해 최소 한 달 이상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손 지사님! 정말 기쁘시겠습니다. 떼를 그렇게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2006년 4월, 대통령으론 이례적으로 파주 LCD 준공식에 참석한 고 노무현 대통령이 축사 도중 손학규 지사에게 축하 인사를 던졌습니다. 파주 LCD 공장설립을 두고 손지사가 당시 이해찬 총리와 격론을 벌이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던 걸 떠올린 것이지요. 손 지사는 자리에서 일어서 정중히 인사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창조와 도전'을 통해 한국 LCD 산업 위상과 입지를 한층 다진 LG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했고, 구본무 회장은 목례인사로 화답했지요. 그 후, 파주 LCD는 파주의 상징이자 보물이 되었지요. 많은 일자리와 세수증대 등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입니다.
그 당시, 공무원들이 한 겨울에 문화재발굴을 위해 대형천막을 치고 온풍기를 돌려가며 발굴 작업을 해가면서 당초 약속일정을 맞춘 게 대단한 화제가 되었지요. 그리고 4년 뒤, 공장증설 때도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일처리가 빛을 발했던 것입니다. LG 노조에서는 파주시 공무원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어려운 이웃돕기에 함께 동참했습니다. 시청 여성 공무원들과 LG 남자 직원들 간의 합동 미팅도 열었지요. 고 구본무 회장은 금촌 재래시장에 희망금고를 설치 운영해주었습니다. 빠른 일처리에 대한 화답이었지요. 용인시는 올해 초, 미래 산업 추진단이라는 국 단위 직제를 신설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이전 등 산업단지 신설을 지원하기 위한 의지의 일환이지요.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뒤, 공동기자회견을 갖는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과 현대, SK, LG 임원들을 호명하며 일어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청중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며 "감사, 감사, 감사하다. 함께 대단한 일을 하자"고 했지요. 이들 기업이 미국에 394억 달러(약 44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습니다. 그는 “한국에는 엄청난 기술 기업들이 있다. 한국 기업들의 투자로 인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이라고도 했지요. 한미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배려로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보지 못한 박수를 미국에서 받은 것인데 박수를 받은 우리 기업인들은 감회가 새롭고 남달랐을 것입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유가족들이 12조원의 상속세와 함께 1조원을 기부하고, 2만3천여 점의 미술품을 기증키로 했지요. 이를 두고 칭찬이 이어지자 여당 부대변인이 "'삼성어천가'(삼성+용비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나라를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도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데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5조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지요. 완장 찼다고 입만 살아서 둥둥 떠다니는 정치인들이 많다고 해서 나라가 사는 게 아닙니다. 바람 불면 구름은 순식간에 사라지듯, 권불십년이란 말을 잊지 말아야지요.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기업이 잘돼야 나라도 잘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