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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와 '어른"

홍승표 2021. 6. 18. 12:58

부지사님! 1면에 꼭 지사사진을 게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민 시선을 끌 수 있는 신선한 사진으로 바꾸는 게 어떨지요?” 경기방송국 설립이 끝나 조직이 해체되고 무 보직 사무관으로 석 달 남짓 일할 때였습니다. 정무부지사가 주관하는 주간경기(, 월간지 G-Life)’ 편집회의 때 용기를 내 건의했지요. 잠시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안 됩니다. 자주 게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지사 사진은 다른 지면에 실으면 되지요.” “홍 사무관 의견대로 한 번 바꿔봅시다.” 사진기사와 함께 민속촌으로 가서 이제 막, 물이 녹아 졸졸 흐르는 물레방아 사진을 앵글에 담아 1면에 게재했습니다. 너무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 후 주간경기는 도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요. 나이도 직위도 높은 최경선부지사의 유연한 생각이 기존의 틀을 바꾼 것입니다.

꼰대는 선생, 아버지, 늙은이를 이르는 은어이자 속어입니다. 영국 BBC는 한국어 꼰대(kkondae)’오늘의 단어로 소개하면서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그르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나 때는 말이야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전할 때 쓰이지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른바 꼰대질은 변함이 없는 듯합니다. 기원전 1700년경 메소포타미아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족의 점토판에도 잔소리가 빼곡히 나열돼 있다지요. ‘제발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느냐’, ‘왜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느냐등등. 나이 든 이가 볼 때 젊은이는 미성숙해 보이니 불안할 터이고, 젊은이가 볼 때 나이 든 사람은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는 게 마땅찮을 테지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나 세대 차이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세상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지요. , 장년도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이니 노년 계층은 석기시대 인간취급을 받기 십상이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무조건 꼰대로 치부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는 곱씹어볼 문제라는 생각입니다. 정무부지사의 열린 생각이 주간경기의 틀을 바꾼 것처럼 직위 높고 나이 많다고 다 꼰 대는 아닙니다. 일흔이 넘은 배우 윤여정씨가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솔직하고 거침없는 말솜씨와 패션으로 젊은이들의 롤 모델로 떠올랐지요. 나이가 많다고 꼰대가 아니라는 걸, 노력여하에 따라 꼰대가 아니라 존경받고 닮고 싶은 어른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기분 좋은 사건(?)이었습니다. 100세 인생의 롤 모델 김형석 교수님도 꼰대소리를 듣지 않는데 잘못을 꾸짖고 잘하는 건 칭찬하면서 용기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어른이기 때문이지요.

요즘, 이른바 586으로 불리는 민주화의 주역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또 다른 폐해를 낳기도 합니다. 그 공은 인정하지만, 철 지난 이념이나 그 시절의 방식을 여전히 고집한다면 별수 없이 꼰대취급을 받기 마련이지요. 586출신 여당대표가 청년특임장관신설을 주창하고 나섰지요. 물론 30대 야당대표가 탄생한 마당에 2030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조급함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고 조직신설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지요. 그렇다면 노인특임장관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청년들이 바라는 일자리나 주택문제 등은 기존부처에서담당하고 있는 일입니다 새로 조직하나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요. 이러니 별 수 없이 꼰대소릴 듣는 것입니다.

 

586이나 이전세대들이 어떤 일을 했든 어떤 성과를 이루었든 이미 과거의 일이지요. 이미 민주화시대에 태어난 20~30대에게는 전혀 생소한 옛이야기일 뿐입니다. 그 옛날 생각에 갇혀 자꾸 뒤를 돌아보고 앞을 보지 않는다면 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지요. 대권주자들이 이미지 변신을 위해 가죽점퍼나 썬 글라스를 쓰는 일도 꼴불견입니다. 나이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가 꼰대와 어른을 가르는 것이지요. 말은 줄이고 생각을 바꿔야할 나이에 가르치려고만 들면 꼰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비록 더디더라도 새로운 변화와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꼰대의 반대말은 어른입니다. 나이 든 사람답게 포용, 배려, 나눔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는 것이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고 좋은 어른이 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