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를 보고 ‘ 뜬금없이 나도 모르게 없이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스물다섯 살 1급 비서관이라! 얼 듯 생각해보니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을 시작해도 아무나 갈 수 없는 임명직 최 고위직이지요. 사관학교를 나와 장교로 시작해도 ‘별 두 개’를 다는 사람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파격을 넘어 아예 ‘격’이 없는 인사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지요. 물론 통치권자의 의중이고 인사검증을 거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왕조 아니 우리나라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지요. 절대 권력자이고 지존으로 불리던 임금도 이런 직위를 부여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라고 목 놓아 반대하는 신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대통령님! 아니 되옵니다.’라고 한 참모는 왜 없었을까?
어쨌거나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20대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임명됐다는 소릴 듣고 ‘정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에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보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번개 불처럼 스쳐지나갔지요. 한동안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이게 뭔 일이지?’ 박 근혜 정부 때 어느 헬스트레이너에게 3급 행정관 자리를 주었을 때도 아연실색했었지요. 나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30년이 훨씬 넘어 3급 공무원이 되었는데 ‘운동을 좀 한다고 3급을?...’ 분노했습니다. 1급은 일반직 공무원으로는 최고봉이자 꿈의 자리이고 고시 출신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니지요. 지난해 여당 최고위원이 된지 1년도 안됐는데 뭘 얼마나 보여주었기에 사상 최연소 1급이 된 것일까?
9급으로 시작해 5급 사무관으로 공직을 마쳐도 대단하게 여기는 게 공직사회이고 그마저도 열사람 중 한 두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자리입니다. 공무원은 그렇다 치고 요즘 청년들의 취업전선은 그야말로 전쟁터이지요. 일자리를 구하는 회사도 많지 않고 수십 번 입사 시험을 봐도 ‘일자리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청와대는 “청년들의 사기를 고려한 것”이라고 했지요. 당초 청와대는 “처음에는 남녀 공동 청년비서관 제를 하려고 했다”면서 “20대, 30대 남녀 공동으로 해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남성을 찾는데 실패했다”고 했습니다. ‘어라? 그렇다면 남성중에 인재가 없다.’는 얘긴데 글쎄... 과연 그럴까? 보궐선거 앙금이 남은 건 아닐까?
박 비서관은 정치인 출신이지요. 그는 과거 조국사태와 관련해 “ 민주당이 나아갈 길은 ‘조국의 시간’이아니라 ‘반성과 혁신의 시간’이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며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에게 ‘내로남불’이라는 소금을 뿌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년문제에는 ‘‘ 지금은 부의 대물림, 가난이 대물림 되는 시대” “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차별을 받으며 각박하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입시나 취업, 일자리, 내가 살집이나 부동산에서 부정의한 부분이 발견되면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그가 한 순간에 1급 비서관이 된 것은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 일이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일까 되묻고 싶습니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면 채용 전에 한 달에서 일 년까지 교육과 수습을 거친 후 임용이 됩니다. 행정고시 출신이 수습을 하러 왔을 때, 업무처리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전해주고 실습을 통해 행정을 익히도록 했던 기억이 생생하지요. 청와대 비서관 자리가 아무 준비 없이 정당의 최고위원을 했다고 곧 바로 일할 수 있는 그런 자리인가? 아마 한 동안은 행정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임기가 채 일 년도 안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무슨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지요. 이제 모든 건 그의 몫이고 스스로 이름값을 해야 합니다. 본인 이름이 아니라 오롯이 ‘청년비서관’이라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