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협치(協治)의 길을 택했습니다. 서울도시공사(SH)사장임명을 두고 시의회와 시민사회의 반대여론을 수용한 것이지요. 물론 김현아 후보가 자진사퇴라는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안팎의 비판을 적극 수용한 결과라는 게 정설입니다. 서울시의회가 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의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오 시장의 의지대로 SH공사 사장을 임명할 수 있었지요. 그러나 그는 서울시정을 이끌어나가는데 부담이 될 문제를 털어버린 것입니다. 그동안 거대여당의 뒷배를 믿고 인사전횡의 극치를 보여준 독선과 비교되는 일이지요. 오 시장의 협치의 실천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상임위원장 재배분에 합의하고 법사위원장을 후반기에는 야당에 넘기기로 했지요. 대선을 의식한 포석이라지만 그간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의 ‘입법 독주’논란으로 갈등이 거듭됐던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협치(協治)의 발판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야당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했던 것은 "협치 차원의 관행"이라며 "여야 협치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던 선례들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지요. 그런데 여당 내부는 물론 강성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의총까지 거쳤지만 반발이 계속되고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데다 대선 후보들도 가세하는 형국이지요.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입법에 지장이 없으려면 법사위 기능에 대해 조금 더 손을 대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 법사위원장을 넘겨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권한 없는 자가 한 이 협상은 원인무효”라며 “차기 원 구성 협상은 차기 원내대표가 재협상할 수 있다”고 반발하며 “또한 법사위 개혁안이 조사모사로 실질적 개혁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에 무효다. 진정한 법사위 개혁안은 체계자구 심사권을 완전 폐지하는 것”이라고 말했지요. 이러한 당내 갈등이 민주당 대선후보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선과정에서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가 심해지는 가운데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내부분열조짐마저 보이고 있지요.
많은 정치인이 소통과 협치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권을 잡은 여당이 독식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경기도에서 남경필지사가 시도했던 연정(聯政)이 협치(協治)의 한 모델로 기억되고 있지요. 그는 도의회 다수당이자 야당이었던 더불어 민주당과 연정합의문을 작성한 뒤 ‘사회통합부지사’를 맡겨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상징적 연정(聯政)이 아니라 보건복지 등 3개국과 경기복지재단 등 산하 공공기관을 관장하도록 했지요. 산하 공기업 기관장도 연정부지사의 추천을 받아 임명했습니다. 선거를 도왔던 측근들은 물론 당 안 밖에서도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요. ‘남 지사 당선을 위해 애쓴 사람들을 외면하고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불만이 쏟아진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소신대로 연정을 이끌어나갔지요. ‘경기연정 실천-도지사와 부지사가 찾아갑니다.’ 라는 기치아래 연정부지사와 함께 시, 군을 순회하며 민원상담을 했습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롤 모델로 ‘경기도 연정이 정치구조 개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치철학의 결과물이었지요. 그의 연정이 뿌리내리지 못한 것은 우리 정치토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오세훈 시장이나 남경필 전 경기지사 같은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지요. 권한을 나누는 것은 슬기와 지혜를 모으는 일입니다. 이제 정치인들은 미래를 보고 말뿐인 협치(協治)가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