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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약도 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홍승표 2021. 9. 6. 10:04

말은 약도 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승표야! 죽기 살기로 공부해봐! 붙을 수도 있지 않겠니?” 3여름방학을 앞두고 공무원시험공고가 나붙었습니다. 어차피 대학은 못갈 형편이니 연습 삼아 시험공부를 시작했는데 아버지는 시큰둥했지요. 2학기도 남았고 군필(軍畢)가점도 없으니 합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해하는 저에게 어머니가 한 말씀 거든 것인데 그 소리를 들으니 보약 먹은 것처럼 힘이 솟구쳐 올랐지요. 그런데 어린 두 명의 남동생들과 한방을 쓰니 늦게까지 공부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다행히 담임선생님이 밤12시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교실하나를 마련해주었지요. 한 달 남짓 자정까지 공부하고 돌아와 쪽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 다시 공부를 했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합격통지서가 날아들었고 어머니가 저를 안아주는 순간, 울컥했지요.

 

일환아! 틈틈이 공무원시험 공부를 해라! 청원경찰도 괜찮지만 평생 청원경찰을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닙니다. 저희 집이 부자라서 먹고 사는 데는 걱정이 없습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일반 공무원이 되면 승진도 하고 나처럼 과장도 되고 좋잖아?” 고양시 지역경제과장으로 일할 때, 청원경찰로 함께 일하던 젊은 직원이 있었습니다. 일산 신도시 개발로 보상을 받아 제법 넉넉하게 사는 그에겐 청원경찰은 생계수단이 아니라 그저 소일거리에 불과했지요. 몇 차례에 걸친 설득 끝에 그는 공무원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학원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힘들어하는 눈치였지만 지속적인 격려와 응원 때문인지 열심히 공부를 했지요. 그는 이듬해 합격을 했고 지금 6급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배 국장! 술은 씹어 먹는 게 아니잖아! 그냥 마셔.” “네 마시겠습니다.” 용인에서 일할 때, 도시국 간부들과 저녁을 함께 할 때였지요. 배명곤 국장이 전날 이()를 빼 술을 안마시겠다고 해 제가 농담 삼아 한마디 던졌는데 배 국장이 진담으로 듣고 술을 마신 것입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덕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지요. “부시장님! 술을 씹어 드십니까? 어서 드세요.” 명예퇴직 후, 경기관광공사 대표사원으로 일할 때, 저녁자리에서 배 국장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오전에 이()를 뽑아 술을 사양했더니 배 국장이 한마디 날린 것이지요. 그 순간, 용인에서 일할 때 이()를 뺀 배 국장에게 술을 강권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업보(業報)이고 자업자득인 셈이었지요. 고스란히 돌려받은 셈이었습니다.

머리가 좋다고 인성이 좋은 건 아닌 듯합니다. 정 아무개 변호사가 김형석 교수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자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일 게다.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 해 논란이 되었지요. 그는 또 적정한 나이는 80세 정도라고도 했습니다. 아무리 진영논리에 갇혀 편향적인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지만 50살이나 많은 어르신에게 해선 안 될 말을 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신도 80세가 되면 스스로 죽겠다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라는 욕설을 연상시키는‘GSGG’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 민주당 김 아무개 국회의원에 대한 비난도 빗발치고 있지요. 말이 독이 된 것이지요.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라는 말이 있지요. ‘말은 사람의 인격이라는 말도 있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말도 있습니다. 말은 때로 위로와 격려가 되고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기도 하지요. 그러나 때로 비수(匕首)가 되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로 남는 일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말도 했지만 사소한 말실수로 큰 곤혹을 치룬 경우도 있었다고 기억되지요. 그 잘못된 일들이 인성이 부족한 탓이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순(耳順)을 넘기면서 나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요. ‘말은 보약도 되고 독약도 된다.’는 걸 깨닫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늦게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