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졸학력 딛고 박사학위 2개 취득… 출판회 수익금 전액 기부
■ 자랑합니다.(문화일보 2022, 2, 24일자)
- 김해영 수원미래발전연구회장
최근 공직 후배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보통은 앞뒤 안 가리고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보내고 SNS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게 상례이지요. 그런데 그는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만 연락했다고 합니다. 소박하지만 정성으로 준비했다는 인상을 받았지요.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 10개 정도의 원형 테이블이 놓여 있고 50명가량의 하객이 앉아 있었습니다. 조촐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특별한 격식 없이 돌아가면서 덕담하고 가끔 그가 답례인사를 했습니다. 나에게도 마이크가 넘어왔지요. 짧지만 그와의 인연을 소개하고 그의 길이 꽃길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덕담을 건넸습니다. 돌아가며 건네는 덕담은 세련되진 않았지만, 진심이 담겼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형님! 저 오늘 오후에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이틀 뒤 점심 식사자리에서 불쑥 그가 말했습니다. ‘원래 자기 돈이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출판비용과 강당 대관료 등, 제 비용을 제외한 614만 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는 것. 신선함을 넘어 특별했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국졸 학력이지요. 그런 그가 1994년 경기 수원시청에 임용됐습니다. 그는 늘 국졸이라 자신 있게 말해 왔다고 합니다. 그는 국졸을 부끄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으로 여겼습니다. 공부하기 싫어 안 한 게 아니라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학력’으로 인해 부끄러워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는 공직자로 살기 전, 중국음식점의 배달원부터 전기기사, 고압 가스기사, 전자제품 판매사원, 아프리카 노동자, 대형트럭 운전기사, 공인중개사, 공무원노조 위원장과 대학 객원교수에 이르기까지 사회에서 말하는 다양한 경험을 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지요.
이런 경험으로 수원시청 공무원이 된 그는 선배들과 동료들의 도움으로 공직과 학문을 겸했습니다. 행운의 여신은 결코 그를 비켜 가지 않았다. 검정고시를 통해 그토록 고대하던 대학에 들어갔지요. 기회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죽도록 매진했던 것이 주효한 셈이지요.
모든 것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다짐하고 다시 한 번 젖 먹던 힘을 다해 공부한 결과, 학부를 3년 조기 졸업했습니다. 이후,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에 진학해 4개의 석사와 2개의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후학도 양성하고 있습니다. 그의 꿈은 오로지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돕고 사는 것이지요. 그의 철학과 가치관이 온전히 실현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