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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자!

홍승표 2022. 6. 22. 14:23

수원에서 함께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던 분 중 박덩굴선생이 있습니다. 그분 아들이름이 박차고 나온 놈이 샘이 나이지요. 딸을 넷 낳고 다섯 번째 얻은 아들이라 딸들이 샘을 내 그리 지었다고 합니다. 이름이 길어 샘이나로 줄여 부르는데 한글날, ‘아름다운 이름 상도 받았지요. 사람이든 상점이든 이름은 얼굴인데 상호는 주인장의 생각이 담긴 가늠자가 됩니다. 기억에 남는 상호는 간판 없는 식당이지요. 간판을 걸었는데 간판 없는 식당이라니 기막힌 역발상입니다.

 

개그계의 기인(奇人)으로 불리는 전유성에게 후배가 찾아와 카페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지요. 카페를 가보니 규모도 작은 데다 기존 건물을 손본 정도라 볼품이 없었습니다.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手)둔다고, 고민 끝에 상호를 카페라고 하기 엔 좀 쑥스럽지만이라고 지어주었지요. 부르는 사람이나 찾아오는 손님이나 모두에게 쑥스러운 이름이었습니다. 그 후, 안타깝게도 이 카페에 불이 나고 말았지요. 카페 주인이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경찰관이 물었지요.

카페 이름이 뭡니까?”

카페라고 하기 엔 좀 쑥스럽지만.”

경찰관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물었습니다.

카페 이름을 말씀해주세요.”

카페라고 하기 엔 좀 쑥스럽지만.”

순간 경찰관의 언성이 높아졌지요.

지금 장난치십니까? 카페 이름이 뭐냐고요!”

카페 주인도 급기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 ! ‘카페라고 하기 엔 좀 쑥스럽지만이라니까요!”

 

관선시절 도지사수행비서로 일할 때, 임사빈 지사가 광명시로 연두순시를 나갔을 때 일입니다. 신년 업무계획을 보고받고 시민간담회를 마친 후 기관장들과 저녁을 함께했지요. 김태수 광명시장이 건배사로 세상 온통, 광명 천지를 외쳐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름도 한 고을 책임자란 뜻을 가진 태수이니 참 잘 어울렸지요. 지사가 경찰서장에게 잔을 권했지만 정작 서장은 술을 못했는데, 이름이 권주만이었습니다. 반대로 교육장은 이름은 노상술이었는데 정말 술을 잘 마시는 주당(酒黨)이었지요. 지사가 광명의 3대 기관장 이름은 절대 안 잊어버리겠다며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강화군이 경기도 관할일 때, 어느 신임 강화군수 이야기지요. 비가 억수로 쏟아져 관사에 짐을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각 면사무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면장 좀 바꿔주시오.”

내가 면장인데요?”

내가? 면장? , 새로 온 군수인데.”

! , 제가 내가면장 아무개입니다.”

군수가 직제기구표를 다시보니 내가면사무소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하지만 아무래도 부르기 좋고 품격 있는 이름이 좋은 법이지요. 그러나 이름이 아무리 좋다 한들 사람 노릇 제대로 못 하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름 부르기가 창피할 때가 있지요. 바로 사람 노릇 제대로 못 하고 이름값을 못 할 때입니다. 이름이 단순히 불리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그 위상과 가치를 생각해봐야합니다. ‘나는 제대로 사는 것인지’,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면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