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내년 1월1일부터 대구 8개 구·군에서는 점심시간에 근무하지 않습니다.”
대구지역 관공서와 도심 주요 거리에 이런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를 두고 공직사회 내부에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지요.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공무원의 점심시간을 보장하자는 취지입니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는 내년 1월부터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전면 실시를 요구하고 시청사와 각 구·군청 인근에 관련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지요.
“국장님! 우리 민원담당관실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늘려달라고 합니다. 점심시간에 오는 민원 때문에 점심을 거르는 직원도 생깁니다.”
2011년 경기도청 자치행정국장으로 일할 때, 강희진 민원담당관이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을 붙잡았지요.
“강 과장! 11시 30분부터 3교대로 식사를 하도록 합시다. 그러면 30분 정도는 여유시간이 생길 겁니다.”
다음날부터 3교대로 점심을 먹으면서 민원담당관실 직원은 물론 민원인 불만도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이 관행은 이어지고 있지요.
공무원은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닙니다. 일반 회사원과는 달리 국민의 세금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요. 이런 특수한 신분으로 일반 회사원과는 달리 법을 위반하거나 뇌물을 받거나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으면 정년을 보장받고 퇴직 후에는 연금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일반회사처럼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강제퇴직 되는 일은 없는 것이지요. 그게 공무원의 장점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게 공무원 최대 단점이기도 합니다.
이런 특수성으로 공무원에겐 많은 의무가 뒤따르지요. 공무원은 성실, 복종, 친절공정, 비밀엄수, 청렴, 청렴의 의무 등 6가지 지켜야 할 의무가 주어집니다. 공무원의 6대 의무 중 하나인 친절의 의무. 친절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국민에 대해 봉사하는 마음이지요. 봉사정신에서부터 정직함과 성실함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올바른 공직 철학이나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공무원은 하지 말아야 할 4가지 금기사항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기타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적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집단행위 금지의무지요. 물론 행정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점심휴무제'가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업을 가진 서민이 민원을 보기 위해 구청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에 문을 닫으면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지요.
김대중 정부 이후 늘어난 공무원은 10만이 안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5년간 자그마치 12만 4천여 공무원이 늘어났지요. 그러나 세간에 행정서비스가 좋아졌다는 평은 들리지 않습니다. 공직사회 외부에서 공무원을 '철 밥통'이라고 보는 시각이 변하지 않는 이유이지요.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을 먹고 사는 머슴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많은 젊은이가 죽을힘을 다해 공부하고 있지요.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점심시간에 쉬고 싶으면 그런 직장을 찾으면 됩니다. 공무원도 국가에 고용돼 일하는 노동자가 맞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은 특별한 신분을 가진 국민의 공복이지요. 그걸 잊으면 공무원 자격이 없습니다. 점심시간에 민원실일을 안 하겠다는 건, 공무원이 정할 게 아니라 공무원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것이지요. 공무원의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점심 휴무제’는 공무원 뜻보다 국민의 뜻에 따라야하고 국민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